[우울한 2016년 산업 전망] 내수 침체, 가계·기업 빚↑…항공·정유 빼곤 경영환경 '살얼음판'

입력 2015-12-23 18:03
신평사, 22개업종 평가

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지속…호텔업 재무 상황도 악화
중소기업 부실화 여파로 할부금융사 수익성 타격


[ 이태호/김일규 기자 ] 신용평가회사들이 국내 산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내수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기업의 빚 부담도 금융산업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봤다.

◆리스크 커지는 면세점 사업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회사와 산업은행은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가 조선·철강·해운에 이어 디스플레이업종을 덮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업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사양 패널 제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국 경쟁 업체들이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기술 격차 축소에 따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파트장은 “내년 디스플레이 업황은 TV와 스마트폰 등 최종 세트 제품의 수요 둔화, 공급 과잉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특히 고부가가치 패널 부문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종의 재무건전성도 악화 위험이 커졌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모두 내년 업종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공략을 위해 면세점 사업을 강화하면서 빚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호텔부문 수익은 정체되고 면세사업자 간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파트장은 “호텔롯데 호텔신라 파르나스호텔 신세계조선호텔 모두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 처해 있다”며 “부채 증가 속도와 면세점의 수익성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조선·철강·해운 등 전통적인 취약 업종도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업황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끝나지 않았고 철강 가격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주택 분양 경기로 반짝 호황을 누린 건설업에 대해서도 “분양 경기 호조가 지속되기에는 구조적인 불안 요인이 크고 해외 사업의 추가 부실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항공 정유 생보업 전망은 밝아

한계기업 증가와 내수 침체는 국내 금융산업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꼽혔다. 한국신용평가는 내년에는 할부금융과 증권업뿐만 아니라 은행과 신용카드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은행업은 정부의 한계기업 구조조정 확대가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와 중소기업의 부실화는 할부금융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용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체크카드 비중 확대, 규제 강화 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융업종 가운데 생명보험업은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고령화와 가계 자산운용 방식 변화로 다른 금융업권보다 빠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과 정유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항공업은 여객 수요 증가와 유가 하락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도 유가 급락 여부에 관계없이 기존 정제마진을 유지하면서 탄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이태호/김일규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