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콘텐츠의 뿌리 이야기산업 육성해야

입력 2015-12-23 17:46
"좋은 콘텐츠는 좋은 이야기서 나와
민간의 원천 스토리 발굴 역량 강화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기반 다질 것"

김종덕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현대 사회가 좋은 콘텐츠를 활용해 시장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라는 것은 자명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영화,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이어지면서 77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창출했고, 작품에 등장한 운동경기가 현실화하기도 하는 등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좋은 콘텐츠는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 것일까.

‘이야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완성된 장르의 콘텐츠 이전 단계의 ‘이야기’에 대한 발굴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특히 미국 영화 시장에서는 시나리오만큼이나 ‘시놉시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한국과 합작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고 있는 중국도 한국의 ‘원천 이야기’에 큰 관심을 밝힌 바 있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원천 이야기가 있어야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중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야기산업 육성이다.

이야기산업은 콘矛湯?만들어지기 이전의 원천 이야기 자체를 산업적으로 접근해 발굴하고, 발굴된 이야기를 완성하며, 콘텐츠로 제작·유통·소비하는 일련의 산업을 말한다. 원천 이야기는 모든 산업의 뿌리산업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이다. 또 원천 이야기는 콘텐츠산업, 제조업, 관광업까지 모든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의 지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들, 특히 이야기 산업군에 속하는 모든 창작자들은 아직 원천 이야기 발굴에 대한 개념을 생소하게 여긴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보완은 민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야기산업의 주된 보호 대상이 되는 이야기 창작자들 중 30%는 연 수입이 100만원 미만이며, 산업적 네트워크의 부재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비율이 65%를 넘는다. 또 이야기 거래가 폐쇄적이고 불공정해 제작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55%를 넘는다.

즉, 현재의 산업 구조는 좋은 이야기를 쓰는 수많은 창작자가 제작자들과 공정하고 활발하게 거래해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만한 구조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민간에 자생적 토양을 공급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야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역사가 짧지 않다. 몇몇 사업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관계자들에게는 꽤 유명한 것도 있다. 또 원천 이야기가 책,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짧아져 이제는 3~4년 안에 완성되고 있다.

지금은 이야기산업의 정의와 범위를 법적, 정책적으로 확정하?본격적으로 이야기산업 육성을 위해 발돋움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2년여간의 다양한 준비를 통해 지난 8월 이야기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 시행을 위해 준비해나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약한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서서히 원천 이야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연스레 콘텐츠의 뿌리부터 관심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난 22일 코엑스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5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이 열렸다.이 행사는 스토리 공모대전, 이야기산업 인프라 구축, 각종 정책포럼 등 올 한 해 정부가 추진해온 이야기산업 활성화 사업의 정점을 이루는 마지막 행사로 관련 시상식도 진행됐다. 이 행사에서 수상한 작품과 제작사를 대상으로 발표한 작품들이 ‘이야기산업 중장기 계획’ 시행 첫해인 내년에 좋은 열매를 맺고 콘텐츠산업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종덕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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