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전성시대…"10만원대 폰도 나왔다고 전해라"

입력 2015-12-23 07:10
실속형 소비자 갈수록 늘어
국내 중저가폰 판매비중 21% → 34%
"샤오미·레노버도 속속 제품 출시"


[ 안정락 기자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보조금 등을 제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줄어들자 통신사별로 차별화한 중저가폰을 내세워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저가폰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변했다. 작년 7~9월 중저가폰 판매 비중은 21.5%에 그쳤으나 올해 같은 기간 34%로 증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만원대 초저가폰 등장

LG유플러스는 최근 10만원대 ‘초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제작한 ‘Y6’라는 제품으로 출고가가 15만4000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LG유플러스는 Y6 구매자를 위해 보조금도 통 크게 지원한다. LG유플러스의 월 2만9900원(부가세 별도)짜리 요금제인 ‘뉴 음성무한 29.9’를 선택하면 공시지원금 13만4000원을 준다. 휴대폰 대리점 등에서 추가로 주는 보조금(공시지원금의 15%) 2만원을 포함하면 사실상 ‘공짜’로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Y6는 스마트폰 통화는 물론 ‘070 인터넷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전환해 쓸 수 있다. 5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8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T가 지난달 말 출시한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J7’(출고가 37만4000원)도 최근 주목받는 중저가폰이다. 이달 들어 매일 2000여대씩 판매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출시 닷새 만에 하루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한 뒤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치솟는 중이다. KT 관계자는 “갤럭시J7의 주 고객은 40~50대 중장년층과 10대 청소년층”이라며 “실속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중저가폰이 대세

올해 중저가폰 출시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이통사는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중소기업 TG앤컴퍼니와 보급형 스마트폰 ‘루나(LUNA)’를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다.

이달 초까지 판매량 12만대를 돌파했다. SK텔레콤 전용 중저가폰 가운데 가장 빠른 판매 기舅甄? 회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15만대 판매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나는 출고가가 44만9900원이다. 하지만 성능은 고가 스마트폰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루나는 이통사 전용 단말기의 성공 사례”라며 “실속형 제품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루나 외에도 삼성전자 갤럭시A8, LG전자 밴드플레이, 알카텔 아이돌착 등 중저가폰을 잇따라 출시했다.

KT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센스(J5)와 갤럭시J7, LG전자 G스타일로 등을 내놓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도 치열

이통사들은 중저가폰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루나에 공시지원금을 최대 31만원까지 준다. LG전자 밴드플레이(출고가 29만7000원)에는 최대 29만원, 알카텔 아이돌착(출고가 28만7100원)에는 최대 28만7100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KT 역시 갤럭시J7(출고가 37만4000원)의 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 높여 가격 경쟁에 맞불을 놨다. LG전자가 제작한 넥서스5X 제품에도 최대 33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A5에 최대 31만3000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갤럭시A5는 출고가가 48만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17만1000원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출고가 24만2000원짜리 LG젠틀에는 최대 21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중저가폰의 인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속형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통사들도 중저가폰 제품군을 대거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Y6 같은 초저가폰뿐만 아니라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다양한 중저가폰을 쏟아낼 채비를 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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