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장타여왕' 박성현 "거리 지기 싫어 팔굽혀펴기 하루 500회 했어요"

입력 2015-12-22 18:22
K골프스타 도전! 2016 (3)

OB 나서 경기 망쳐도 일단 내질러야 후회없어
말수 없고 조용한 성격…골프채 잡으면 '괴력샷'
혼자 동물원 관람 취미…이웃돕기성금 1억 기부


[ 최만수 기자 ] 박성현(22·넵스)의 애칭은 ‘남달라’다. 짧은 커트 머리에 운동선수답지 않은 뽀얀 피부, 호리호리한 몸매 등 외모부터 남다르다. 프로 2년차인 박성현은 올해 호쾌한 장타를 앞세운 ‘닥공(닥치고 공격) 골프’로 3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뜨겁게 달궜다.

22일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빌딩에서 만난 박성현은 털털한 목소리로 골프에 대한 개성있는 생각과, 보이시한 매력 속에 숨겨진 감성적인 성격을 털어놨다. 그는 올해 평균 드라이버샷 1위(254.28야드)에 오른 ‘장타왕’답게 장타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장타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스코어 지는 건 괜찮은데 드라이버 비거리가 안 나오면 그날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드라이버샷을 더 열심히 연습했죠.”

‘드라이버는 쇼’라는 골프계의 격언처럼 프로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박성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거리가 20~30야드 늘면서 그린에 공을 더 가깝게 붙일 수 있게 됐고 그다음부터 플레이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장타 비결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며 웃은 뒤 “체격 조건(171㎝, 60㎏)이 좋고 공을 때리는 능력이 타고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천적인 능력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는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하루에 500개씩 했다.

“팔굽혀펴기를 한번에 150개는 거뜬하게 합니다.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손이 커 그립을 단단하게 잡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박인비 언니가 ‘나는 손이 작아 힘들 때가 많다’며 부러워하더라고요.”

박성현은 화끈한 공격 골프로 올해 인기덤에 올랐다. 지난 9월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선 한 홀에서 OB(아웃 오브 바운즈)를 두 방이나 내고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사람들은 무모한 시도라고 얘기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찜찜한 기분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일단 지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남다르다.

박성현은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빛을 본 편이다. 그는 2012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시드전을 치르기 위해 전남 무안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을 다쳤다. 그해 연습장에서 쓰러져 맹장 수술을 받는 등 불운이 잇달았다. 박성현은 “운이 안 좋았지만 실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더 잘해서 다시는 시드전에 나오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화끈한 경기 스타일과 달리 그는 조용하고 말수가 없는 편이다. 그는 “골프채만 잡으면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평소엔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노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종종 혼자 동물원에 갈 정도로 동물을 좋아한다. 경기장에 가다 도로 옆의 강아지를 보고 차에서 내린 적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승마도 수준급이다. 박성현은 “제가 말 타는 걸 보면 깜짝 놀라실 걸요”라며 밝게 웃었다.

장타왕 이미지와 달리 먹성은 좋지 않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즈다. 치즈가 들어간 음식은 모두 좋아한단다. 아이돌그룹 빅뱅을 좋아하며 특히 지드래곤의 열렬한 팬이다.

쇼핑을 즐기지 않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박성현은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1420만원을 기부했다. 자신이 낸 1억원과 팬미팅을 통한 경매 수익금 1420만원을 더한 돈이다. 박성현은 “익명으로 기부할까 생각도 했지만 저의 참여로 더 많은 분이 이웃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마음씨도 남다른 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