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단독] 수년째 '분양가 줄다리기' 한남더힐 결국 법정행

입력 2015-12-22 18:22
입주자 측 시행사 상대 집단소송
"공사비 단가 부풀려 분양가 높여"

시행사 "국세청 조사 무혐의" 반박


[ 김인선 기자 ]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최고급 민간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의 입주자 247명이 시행사 한스자람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 집단소송을 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원고 명단에는 탤런트 박주미 씨를 비롯해 전직 장·차관들, 대기업 2·3세, 중소기업 오너 등 유명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모씨 등 입주자들은 “한스자람은 원고들에게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입주자들은 소장을 통해 “분양전환 시기가 임박했지만 분양전환 가격이 계약서대로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이를 확정하고 매매예약 완결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입주자들은 소장에서 아파트 분양전환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들은 “한남더힐은 건설 원가가 크게 부풀려졌고, 시행사가 특수관계인들에게 고액으로 아파트를 분양전환해 거래 사례를 조작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할 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남더힐의 아파트 공사비는 3.3㎡당 936만원인데 지금까지 가장 높은 공사비 단가를 기록한 갤러리아 포레의 524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시행사가 임대 및 분양으로 받은 현금이 1조1900억원인데 토지 취득가액 3800억원, 시공사 도급액 4550억원 등을 뺀 약 3000억원의 여유자금 행방이 묘연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서울국세청으로부터 2개월간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며 “우리 회사는 공시법인으로 차입금, 금융비용 등이 모두 공개돼 있어 30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남더힐 시행사와 입주자 간 분양가 갈등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아파트는 2009년 초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반 아파트가 아닌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민영 임대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에서 자유롭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주변 시세에 가까운 감정평가액으로 비싼 값에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5년)의 절반(30개월)이 지나면 입주자와 시행사가 협의해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시행사와 입주자 측이 제시한 분양가가 2.7배 격차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시행사는 3.3㎡당 최고 7944만원(332㎡ 기준)을 내놓은 반면 입주자가 제시한 최고 가격은 2904만원이었다.

이 같은 갈등은 예고됐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원고를 대리한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민간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임대주택법 안에 규정돼 있는데 분양전환 가격 산정 방식이 법 조항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선례도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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