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라' 대신 '잘해줄게' 격려
'DMZ 무사고 작전 1000일' 표창
사병 입대 후 단기 간부사관 임관
[ 최승욱 기자 ]
“최전방 지역은 세상과 고립돼 있습니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데다 쉽게 전투 피로가 쌓이죠. 늘 관심을 두고 장병들을 지켜보면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꾀병인 듯 보여도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육군 15사단 번개연대 수색중대장인 윤태호 대위(33·사진)는 최근 강원 철원 주둔지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위는 지난 7년1개월간 최전방에서 장교로 일하며 단 한 건의 탈영이나 폭행, 휴가 미복귀, 구속 등의 사고 없이 부대를 이끌어온 공로로 30여개의 표창과 상장을 받았다. 그는 “신병과 면담할 때 ‘잘하라’는 말 대신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뽑아왔으니 잘해줄게’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준다”며 “나 역시 병사 출신 장교로서 병사들 마음을 이해한다”고 전했다.
윤 대위는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를 2년간 다닌 뒤 8군단 58전차대대(현 102 기갑여단)에 전차포수병(상병)으로 복무하던 중 군 생활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다. 병사 생활 20개월을 마치고 간부후보생 교육 과정에 지원, 2005년 11월 단기 간부사관 26기로 임관했다. 2008년 11월 15사단 GOP(일반전초) 중대장으로 부임해 19개월간 근무했고, 사단 수색대대 중대장으로 19개월 동안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과 매복작전을 맡았다. 이후 GOP지역 연대 전투지원 중대장을 거쳐 2013년 3월부터 DMZ에 있는 GP(최전방 감시초소)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에겐 매달 2박3일간의 외박만이 유일한 휴식이자 가족을 만나는 기간이다.
윤 대위가 지키는 장소는 철원 적근산 부근이다. 겨울에는 영하 27도까지 떨어지고, 낮에도 기온이 좀처럼 영상으로 오르지 않아 “전 군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 “GOP 철책 통문에서 GP로 가는 3㎞ 남짓한 순찰로를 2년10개월간 누비다보니 이제 작전지역 지형과 풀 한 포기까지 머리에 그려진다”는 윤 대위는 이제 최전방에선 “몇 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공로를 세운 군인”으로 새겨졌다. 지난 7일엔 김영식 제1군사령관에게 ‘DMZ 무사고 작전수행 1000일 달성’ 표창도 받았다. 그가 관리하는 GP 중 한 곳은 지난 5월 ‘2군단 최우수 GP’로 선정됐다.
윤 대위처럼 85개월째 최전방에서 연속 근무 중인 장교는 드물다. 그는 내년 전반기까지 현 근무지에서 일할 예정이다. 1군 근무기간인 10년을 채웠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6개월 연장했다.
윤 대위의 목표는 북한군 전문가로서 경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현역 대위로 복무 중인 아내, 세 살배기 딸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에서 복무하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철원=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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