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커뮤니티의 발달…'사적 단체보험' 출현시킬 것

입력 2015-12-22 07:01
기고 / 융합 시대의 산업 혁신 전략 (4) 디지털 시대의 보험시장


보험업과 디지털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장기간에 걸쳐 고객의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의 특성상 안정성이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변화가 느린 업종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업은 이미 스마트 핀테크(금융+기술) 등 디지털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보험 역시 디지털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사고 원인이 운전자인지, 주행시스템인지 격렬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주행시스템만 해도 전체 솔루션의 책임인지 개별센서의 책임인지, 심지어 주행도로에 이르는 전체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지 등 보상책임 주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852년 최초의 자동차보험이 프랑스에서 선보인 이후 150년 동안 ‘불변의 원칙’이었던 운전자 위주의 보험 계약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매틱스(telematics) 역시 자동차 손해보험에서 건강보험, 주택보험 상품으로 확장 연결되며 보험시장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변수다. 기존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의 연령, 소득, 사고 이력 등의 인적 자료에 기초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텔레매틱스가 자동차에 장착된 기기를 통해 운전자의 습관, 주행도로 특성, 주행 주기 등 확장된 데이터를 보험사로 전송하면 보험사는 개별 위험을 평가한 뒤 보험료를 산정한다. 보험사와 관련기기의 장착, 모니터링 및 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고객들은 보험료 할인과 부가서비스를 제공받는 상호이익 구조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은 ‘사적 단체보험’을 출현시킬 전망이다. 특정 소셜미디어에 소속된 회원들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이 기금을 사적보험으로 활용한 뒤 잔여자금은 보험사에 가입하는 형태다. 보험사는 공동기금이 소진됐을 때 청구된 보험금을 지급하고 공공기금이 남으면 각 회원에게 되돌려주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이 같은 사적 단체보험을 통해 영국의 자동차 보험 네트워크인 게바라(Guevara) 회원들은 보험료를 최대 80%까지 절감했다.

이런 현상은 사적 단체보험 결성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사회적 중개인’까지 출현시키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말과 행동을 토대로 비슷한 유형의 고객들을 그룹화한 뒤 그룹을 대신해 보험사와 협상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사회적 중개인은 고객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에 영향력 있는 보험인수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전성기 < 딜로이트안진 전무(금융산업 리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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