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창업 18년 만에 1위 '대도약'…대우증권 인수 없인 '미래' 없다

입력 2015-12-21 17:23
최연소 지점장…국내 1호 뮤추얼펀드 주인공

글로벌 IB 위한 '통큰 베팅'


[ 민지혜 기자 ] KDB대우증권의 새 주인에 미래에셋증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21일. 금융투자업계는 ‘역시 박현주’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유의 통 큰 ‘승부수’가 이번에도 작렬했다는 것.

당초 대우증권 인수전은 자금력이 풍부한 KB금융지주가 유력한 가운데 라이벌 관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서로 견제에 나서는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미래에셋은 인수경쟁 구도와 관련해 말을 최대한 아꼈다. “결코 무리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박현주 회장(사진)의 인수의지는 강렬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미래에셋 측이 써낼 금액을 알았더라도 우리가 그 금액을 따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박 회장이 지난 8월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하면서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완료된 9561억원의 유상증자도 이번 인수전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최근 올 연말 경력직 채용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접한 박 회장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력 문제는 해결될 테니 좀 지켜보자”고 한 것도 그의 인수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은 한 번 결심하면 반드시 이를 실행해내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써온 박 회장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박 회장은 입사 45일 만에 대리 직함을 달았다. 1년1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32세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에 올랐다. 1997년 미래에셋창업투자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창업한 그는 이듬해 ‘미래에셋 박현주 1호’ 펀드를 내놨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유가증권 투자를 주로 하는 개방형 투자신탁)였다. 한도액 500억원은 3시간 만에 바닥이 났다. 당시 미래에셋 뮤추얼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90%를 넘었고 투자자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박현주 신화’가 시작됐다.

해외 진출에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의 해외 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2006년에 인도, 2008년 미국과 브라질, 2011년엔 캐나다와 호주, 대만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2012년엔 콜롬비아 법인을 설립했다. 증권사도 홍콩과 베트남에 이어 중국 미국 브라질에 순차적으로 진출했다.

박 회장은 이미 머리 속에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청사진을 그린 상태다. 박 회장은 2007년 자서전에서 인생 목표를 이렇게 제시했다. “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의 금융 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