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거 트렌드
건폐율 낮춰 조경 면적 늘려
정원·골프장·농구장 등 갖춰
독서실·교육 특화시설도 인기
[ 김하나 기자 ]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불필요한 주택 규모를 줄이는 ‘핏사이징(fit sizing)’과 집 안에서 문화·여가 생활을 즐기려고 하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등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stay)와 여가(vacation)의 합성어로 멀리 떠나지 않고 집이나 동네 근처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의 가구 내 면적을 줄이고,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면적을 넓히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조경·커뮤니티 차별화 붐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1~12월) 분양한 아파트는 총 50만1984가구다. 전용면적별로는 60㎡ 이하 12만8009가구, 61~85㎡ 이하 33만5384가구, 85㎡ 초과 3만8591가구 등이다. 중소형이 대부분이다. 특히 초소형인 50㎡ 이하 물량은 지난해보다 67%(3100가구→6180가구)나 증가했다.
반면 공용면적은 넓어지고 있다.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 비율)을 낮춰 조경 면적을 늘리는가 하면, 법정 면적보다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주한 ‘래미안 대치팰리스(1608가구)’는 도심권 재건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건폐율이 20% 수준으로 낮아 조경면적이 45%에 달한다. 가구당 커뮤니티 시설도 4.5㎡로 넓다. 가든팜, 커뮤니티광장, 조명광장 등의 조경시설을 갖추고 있다. 골프연습장, 테니스장,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을 비롯해 도서관, 독서실 등 문화시설이 조성돼 있다. 대치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내에서 가장 작은 면적으로 공급한 전용면적 84㎡ 위주로만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분양가 대비 3억원 정도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강원 원주기업도시 10블록에서 분양한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원주시 최초로 단지 내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룸 3실을 들였다. 게스트룸은 커뮤니티센터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외부 손님이 방문할 때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다. 상품에 공을 들인 만큼 1057가구 모집에 2883명이 몰려 2.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나흘 만에 100% 계약이 끝났다.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A24블록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운정’(2998가구)은 영화감상실까지 갖춘다. 단지 내 1㎞의 순환산책로, 바닥분수 등 조경시설도 마련한다. 삼성물산이 서울 동작구 사당1구역에서 공급 중인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668가구)에는 키다리정원, 북가든, 키친정원, 아로마가든, 테라스 티 가든(생태연못), 둘레길(산책로) 등 다양한 조경시설을 갖춘다.
GS건설과 신동아건설이 동탄2신도시 A90블록 일대에서 공급 중인 ‘동탄자이파밀리에’(1067가구) 아파트는 바이크족을 위한 자전거 정비공간인 바이크 스테이션을 마련한다. 방과후 교실과 작은도서관 등 교육시설은 물론 다목적 조리공간인 커뮤니티 키친과 DIY 목공실 등 다양한 입주민 전용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교육 테마 커뮤니티도 눈길
교육을 테마로 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한 단지도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M1블록에서 분양 중인 ‘청라 센트럴 에일린의 뜰’(2029가구) 커뮤니티센터에 학습관을 조성한다. YBM 소속 강사들이 영어와 중국어 등을 가르치고 어린이를 위한 오감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실내체육관을 마련해 인천 프로구단과 함께 축구 농구 등 스포츠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경기 평택시 세교지구 2-1블록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평택2차’(1443가구)도 교육을 위한 특화 커뮤니티 시설이 강점이다. 아이들의 독서와 영어공부를 위한 잉글리시 북카페를 조성하고,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바닥분수와 연계한 친환경 테마놀이터도 만든다. 현대건설이 경남 거제시 상동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거제’(1041가구)는 남·녀 독서실, 도서관, 키즈카페, 잉글리시 북카페 등 다양한 교육 특화 시설을 갖춘다. 단지 내에서도 우수한 교육 여건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반도건설이 경기 동탄2신도시에 분양 중인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9.0’(689가구)은 별동학습관에서 영어전문 교육기관 YBM, 능률교육과 함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주부와 아이들을 위한 대형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학습, 운동, 취미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투자보다 사용 가치가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라며 “문화·여가 생활을 단지 내에서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