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계 달군 10대 이슈] "1등 사업에 집중"…일년 내내 사업재편·구조조정

입력 2015-12-20 20:39
수정 2015-12-22 08:45
[ 강현우 기자 ]
2015년 을미년은 격변의 한 해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한국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삼성이 한화와 롯데에 방산·석유화학부문 계열사를 매각하며 사업 재편에 불을 지폈다. 조선과 철강 해운 산업은 업황 부진으로 1년 내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외부 변수도 변화의 계기가 됐다. 삼성은 지난 6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다. 한 달 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성장과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의 부활은 한국 산업계의 구조개혁을 가속화했다.

이런 도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찾았다. SK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며 플랫폼사업에 집중했다. 핀테크부문에선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애플페이와 경쟁을 벌였다. 연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면세점사업은 유통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재계를 휩쓴 10대 이슈를 통해 2015년을 되돌아봤다.


(1) 돌아온 최태원 '공격행보'…오너 3~4세 경영 '전진배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해 한국 기업들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위기의 시대’에 기업경영을 주도한 건 오너들이었다.

지난 8월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현장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도 11월 한 달 동안에만 CJ헬로비전(인수가격 최대 1조원) OCI머티리얼즈(4816억원) 등 두 곳의 인수를 결정했다.

오너 3~4세들의 부상도 눈에 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I 케미컬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3개사를 약 2조8000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는 ‘빅딜’을 성사시켜 재계를 놀라게 했다. GS그룹의 연말 인사에선 3세 경영인인 허연수 사장이 GS리테일 대표이사가 됐다. 또 다른 3세 경영인인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전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전무) 등도 최근 인사에서 승진했다.


(2) "문어발 확장은 옛 이야기"…구조조정이 대세로

삼성이 작년 11월 말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사업 재편은 올해 재계를 아우른 트렌드였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현대제철이 2월 동부특수강을, 7월에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다. SK그룹의 SK(주)는 SK C&C와 합쳤다. SK는 최근 CJ헬로비전 인수를 발표,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임을 과시했다. 삼성그룹도 내친 김에 지난 10월 말 삼성SDI 케미컬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까지 롯데에 팔아 화학사업에서 손을 뗐다.

‘문어발 확장’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정부도 조선 해운 철강 등 경쟁력을 잃어가는 ‘굴뚝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과거 ‘수출 한국’을 이끈 이들 굴뚝산업에선 최근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인력 감축이 문제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입사원에게까지 퇴직을 권고했다가 철회해 파문을 일으켰다.


(3) 롯데家 '경영권 분쟁'…신동빈 승리로 일단락

롯데그룹은 지난 7월 신동빈 회장(사진)이 일본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됐다고 전격 발표했다. 신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 신호탄으로 간주되던 이 발표는 ‘롯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부친이자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일본으로 날아가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해임을 시도했다. 무위에 그쳤지만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임을 앞세워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상법 절차에 따라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해 경영권 분쟁은 동생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추진과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과 컴플라이언스 확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법정 공방이 격해지고 있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4) "10조 황금알 잡아라"…대기업 면세점 大戰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은 유통업계를 넘어 재계를 달군 이슈였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그룹들이 연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다.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1차대전’이 지난 7월 벌어졌고, 만기가 다가온 시내면세점 네 곳의 특허권 쟁탈전인 ‘2차대전’은 11월에 끝났다. 1차대전에서는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사(HDC신라면세점) 설립이라는 ‘신의 한 수’를 통해 특허권을 거머쥐었다. 한화그룹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면세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차대전에서는 신세계와 두산이 웃었다. 신세계는 재수 끝에 특허권을 획득, 내년 4월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면세점을 연다. 두산은 이로부터 한 달 뒤 ‘동대문 면세점’ 시대를 선언할 예정이다. 반면 롯데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잃었다. SK는 워커힐점 특허를 뺏기며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5) 해양플랜트 쇼크에 低유가까지…'벼랑 끝' 조선·해운

한국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올 1~3분기 7조9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상 최대다.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무더기로 부실이 발생했다.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34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수요가 줄었고, 기존 주문 취소도 잇달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조선업체가 지배하던 상선시장은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 그나마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는 선방했지만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다. 해운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운 운임은 수년째 악화하고 있다.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올 1월 평균 1472에서 최근 471까지 떨어졌다. 국내 해운업계 2위인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3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1269억원이었다.


(6) 중국,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등서 '맹추격'

올해 산업계 전반에서 중국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가장 크게 위협받은 분야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자회사 유니스플렌더가 대주주인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190억달러를 들여 미국 플래시메모리회사인 샌디스크를 인수했다. 중국은 올해 세계 2위 CMOS 이미지센서(CIS)업체인 옴니비전도 인수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 1위였던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중국 스마트?시장 출하량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7.7%로 4위에 그쳤다. 1위는 화웨이(13.6%), 2위 애플(11%), 3위는 샤오미(10%)였다.

자동차산업도 중국의 위협에 시달렸다. 지난해 6%를 넘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점유율은 올해 5%대로 떨어졌다. 4%에 육박하던 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3%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7) 삼성물산 뒤흔든 엘리엇…헤지펀드의 공격

삼성그룹은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낯선 이름의 헤지펀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삼성이 지난 5월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하자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이 불공정하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분을 매집해 3대 주주(지분율 7.12%)에 올랐다.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이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적 투자자인 KCC에 매각하고 직원들을 전국에 파견해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지난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 성사 요건인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69.53%)의 찬성표를 받아내면서 합병은 성사됐다. 이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8) 폭스바겐發 '디젤車 위기'…친환경車 급부상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9월 “폭스바겐이 대기오염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디젤차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곧바로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의 디젤차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뿐 아니라 포르쉐의 3000㏄급 이상 차량도 포함됐다. 지난달 한국 환경부도 국내에 판매된 유로5 기준의 폭스바겐 차량 12만대에 대해 리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세계에서 팔린 폭스바겐 차량은 작년 11월보다 2.2% 감소했다. 미국에선 15.3% 줄었고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시장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충전식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차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9) 7조5000억 新藥 기술수출 '홈런' 친 한미약품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 등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성공을 거둔 ‘히든 챔피언’이 급부상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네 건의 계약으로 초기 계약금만 7500여억원을 받았다. 기술이전료 수익은 최대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가는 올해 각각 800%대, 60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매출이 연평균 50%씩 증가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3조원【?현재 24조9000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도 포스코 네이버 등을 제치고 15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아시안뷰티연구소를 세우고 내년에는 중동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10) 삼성·신세계·롯데·현대百…불붙은 '페이전쟁'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2~3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최근 국내 음식점이나 카페 계산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계가 핀테크(금융+기술)를 도입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7월 모바일 결제서비스 SSG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8월 삼성페이를 내놓으며 모바일 결제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삼성페이는 출시 두 달여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두 달 새 삼성페이로 결제된 누적금액은 1000억여원에 달했다. 이런 변화는 ‘간편하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엘페이, 현대백화점그룹은 H월렛 등의 이름으로 모바일 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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