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의 데스크 시각] '1년 반 부동산 실험'은 끝났다

입력 2015-12-20 18:01
수정 2015-12-21 05:03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지난해 7월 정부는 주택시장에 돈을 대대적으로 푸는 결정을 내렸다. ‘7·24 대책’을 통해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차입자 소득 기준)을 60%로, 전국 모든 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주택 담보가치 기준)을 70%로 높였다. 당시 정부 경제팀 새 수장에 오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여름에 한겨울 옷을 입은 격”이란 논리로 정부 내 대출 확대 반대를 돌파했다. 금융회사들은 1주일 뒤인 8월 초 대출 확대에 일제히 나섰다.

관리 대상으로 변한 시장

그로부터 1년4개월가량 지난 이달 14일 정부는 정반대 정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때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처음부터 대출 원금을 이자와 함께 갚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도권은 당장 내년 2월(지방은 내년 5월)부터 새 대출기준이 적용된다. 돈 빌리는 사람에 대한 소득 심사를 강화하면서, 주택 담보가치만 따지던 지방에서도 DTI를 새로 도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할 때 정확히 1년 반 만에 부동산 대출 정책방향이 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새 뭐가 달라진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 가운데 일치하는 게 있다. 부양의 대상이던 부동산시장이 관리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까지만해도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절실했던 주택시장 활성화가 최근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관련해 경제 거품을 키우는 진원지로 더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에서도 변화 기류는 감지된다. “건설회사들이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주택기금을 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자체 사업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중도금 대출보증 범위를 좁히는 건 불가피하다” 등의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상반기까지만해도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부장주택 불확실성 더 커졌다

대출심사 강화 예고에다 미국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들과 중개업계의 내년 시장 전망도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내년 상반기 집값이 오르다 하반기엔 보합권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상고하저(上高下低)’ 전망을 내놓는 반면 내년 상반기부터 주택 경기가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출 확대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는 최 부총리의 1년 반 부동산 실험은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통해 중개, 이사, 인테리어 등 부동산 관련 산업의 호황을 이끈 건 공(功)이다. 주택 공급 조절에 실패해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 대란 가능성을 남긴 건 아쉬운 대목이다.

시장 판단은 이제 수요자 몫으로 돌아왔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택 실수요자들도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먼저 한국도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년 예상되는 입주물량 30만가구 시대도 감안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계속 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분양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은행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갯속 시장에서 유동성(돈)·공급량·정책기조·거래량 등 네 가지는 꼭 챙겨봐야 할 점검 잣대라는 지적이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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