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멕시코 등 속속 금리 인상
미국·유럽 금리차 더 커지면 '금융쇼크' 우려
"위안화, 달러에 도전하려면 50년은 걸릴 것"
[ 뉴욕=이심기/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달러화 독주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지속해 온 제로금리 상태에서 벗어나 ‘금리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미 금리 인상이 결정된 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슈퍼 달러’의 귀환
17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1.4% 오른 99.24를 기록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이날 하루 상승폭은 지난 10월22일 이후 두 달 만의 최대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0.8% 하락하면서 유로당 1.08달러까지 밀렸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상하이외환시장에서 전날 0.15%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0.09% 하 韆杉?
전문가들은 과거 남미 국가의 부채위기와 아시아 외환위기 때 달러인덱스가 급등하면서 ‘슈퍼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했다며 내년에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이 같은 움직임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달러인덱스는 남미 국가의 부채위기가 확산되면서 1985년 2월 164.7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1997년 11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달러인덱스는 120선까지 급등했다.
외신은 Fed가 긴축으로 방향을 잡아 추가 부양책을 준비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확실히 차별화되면서 미 달러화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럽과 미국 간 기준금리차는 약 0.7%포인트(미국 기준금리 중간값 연 0.375%, 유럽 예치금리 연 -0.3%)까지 벌어졌다. 월가의 한 외환전문가는 “내년 1분기 ECB가 이미 마이너스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Fed가 두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서면 금리 격차가 1.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Fed 대응에 바쁜 각국 중앙銀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하루 뒤인 17일 각국 중앙은행은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리미트(UAE), 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들은 일제히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미 달러화에 연동시키고 있다. 유가가 떨어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미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자국 화폐인 페소화 가치 하락을 런?위해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25%로 상향 조정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대만은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이날 기준금리를 0.125%포인트 내린 연 1.625%로 조정했다. 반면 부동산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홍콩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위안화, 달러 대항에 역부족
최근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돼 미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주요 통화’로 부상했지만 미 달러화의 ‘권위’에 도전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분의 1인 34%는 위안화가 달러화에 도전하는 데 50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인 22%는 2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선진화된 금융시장, 건강한 법률 시스템, 투명한 정치제도 덕분이었다”며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글로벌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트럴뱅킹닷컴도 “중국은 외환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가 많으며, 채권시장 규모도 작아 위안화가 당장 기축통화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