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무역협회장 "정부, 헬리콥터맘 아닌 빗자루맘 돼야"

입력 2015-12-17 19:18
기재부 중장기전략회의

정부주도 추격형 성장 한계…민간주도 경제로 가야
시장진입도 선허용 후규제를…60세 정년도 추가 연장해야


[ 이승우 기자 ]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유연한 시장경제 시스템으로의 재정비’를 통해 ‘기업가형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민간 주도의 경제원칙을 확립하고 정부는 규제 개혁, 사회적 자본축적 등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칙 재정립해야”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국책연구기관 연구원과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작업반이 제출한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심의했다. 중장기전략위원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사회 구조 개혁에 필요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 합동 기구다.

연구작업반은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제통합, 세계 경제질서 재편, 저성장과 고령화 등을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꼽았다.

이런 변화는 높은 대외 개방도, 선진 정보통신기술(ICT), 급속한 고령화 등의 특수성을 지닌 한국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추격형 성장 모델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과도한 보호와 규제 탓에 기업은 투자 활동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기업가 정신도 퇴색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사진)은 “유연한 경제 운영으로 신속히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만이 상시화·구조화된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유연한 시장경제 원칙을 바로 세우는 방향으로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할 최소화해야

변화의 핵심은 정부다. ‘헬리콥터맘’에서 ‘빗자루맘’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헬리콥터맘은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에 발벗고 나서는 엄마를 뜻한다. 빗자루맘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장애물만 치워주는 식으로 간섭을 최소화하는 엄마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체제를 확립하고 정부의 역할은 리스크 관리, 규제 개혁, 소통과 갈등 관리 등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불(不)가측 불확실 불연속으로 규정되는 미래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온다’는 명제”라고 강조했다.

작업반은 기업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새로 개발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내놓도록 한 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터 60세로 늘어날 정년을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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