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분식회계 징계받은 PF사업에 참여한 15개 건설사
재무제표 정정공시 압력…평판 타격·투자자 동요에 '속앓이'
[ 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7일 오후 4시26분
주요 건설사들이 연말 회계처리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대우건설이 지난 9월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은 이후 대우건설과 공동 프로젝트를 했던 건설사는 물론이고 다른 건설사들도 무더기로 정정공시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지적받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는 모두 15개 건설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숭의 복합단지개발사업에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태영 한진중공업 등 5곳(대우건설 제외)이 참여했고 광교파워센터 프로젝트에는 LIG건설 코오롱건설 롯데건설 두산건설 등 10곳이 대우건설과 손을 잡았다. 이들 건설사 상당수는 대우건설과 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업계에서는 다른 회사들이 대우건설과 같은 혐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 사업보고서를 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판명된 부분에 대해 정정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의견거절’ 등 비적정 의견을 줘야 한다”며 “실제 일부 건설사는 사업보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회계법인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이 인천 숭의, 광교파워센터 사업장과 관련해 2012~2013년 계약해지 가능성이 있는 데도 우발부채를 재무제표에 명시하지 않았고 PF 보증채무약정 위험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업이 무산된 2014년 이후 사업보고서에 확정된 위험을 반영할 것이 아니라 사업 무산 가능성이 인지되는 즉시 재무제표에 예상위험을 명시했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총 10개 사업장에서 3896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과징금 20억원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외 15개 건설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적대로 2012~2013년에 작성한 사업보고서에 위험을 반영한 정정공시를 해야 회계처리 위반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건설사들도 PF사업장 등에서 대우건설과 비슷한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면 원칙적으로는 모두 사업보고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사업보고서 정정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과거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면 평판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트리거)’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같은 회계처리가 원칙”이라며 “정부가 분식회계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업계의 잘못된 회계처리 관행을 바꾸기 위한 목적도 있는 만큼 제재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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