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경묵 기자〕
대구시가 14일 중국 정부기관과 한중기업이 참가하는 4억위안(720억원) 규모의 합자사를 만들어 중국 환경시장에 진출(15일 한국경제 보도)한 것은 우리 수출역사에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다. ‘획기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번 해외진출이 수출지원기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않은 일개 지방공기업이 이룩한 새로운 해외진출모델이기 때문이다. 합자회사의 발단은 1년전.
중국은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수처리장마다 비상이 걸렸다. 하수처리장의 슬러지와 하수처리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않으면 제조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 환경부와 과학기술부의 직속기관인 이싱환보과기공업원은 선진국 여러 곳을 노크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모두 MOU를 맺고 사진만 찍었지 후속조치를 취한 곳이 없었다. 40여곳을 해매던 중국측 파트너가 대구환경공단을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하수처리장을 기업들에게 이미 테스트베드로 개방해 그동안 20여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공단이 적극 나섰다. 하수처리장에 필수기계인 교반기와 탈수기 계량기 슬러지 처리기술 등 다수기업의 기술개발을 도와온 공단이 그동안 다져온 수처리 실력을 발휘할 ‘호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용문 공단 이사장은 바로 미래전략처를 신설하고 중국 이상시에 2명의 직원을 파견해 중국시장 진출TF팀을 꾸렸다. 중국 진출희망 업체를 모아 4회에 걸쳐 간담회도 열었다. 기업대표와 손잡고 중국을 수십차례 방문해 마침내 100조 중국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 대구환경공단은 대구의 하수나 폐수처리만 잘하면 되는 관리형 공기업이다. 그런데 그런 지방공기업이 공기업의 한계를 넘어 R&D기관과 수출지원기관의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6일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 수출제조기업 방문때 대구의 한 기업인은 미국 월마트 등에 진출하고자 부단히 노력중인데 누구와 접촉해야할지를 도와주면 좋겠다며 해외 진출 마지막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당시 최부총리는 참석한 산업부 관계자에게 수출지원기관이 에 좀 더 기업 가까이 다가가 수출기업이 필요로하는 ‘커스터마이즈’(맞춤형)된 수출지원을 해줄것을 요청했다. 최 부총리가 말한 바로 그 ‘커스터마이즈’된 수출지원을 대구환경공단이 해낸 것이다. 대구환경공단은 수출지원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시장을 읽는 혜안으로 중국진출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대구공단 역시 MOU만 맺고 사진만 찍었다면 또 기업과 함께 손잡고 끈질기게 다니지않았다면 중국시장에 대해 연구하지않았다면 이번 합자계약은 성사되지못했다. 대구는 지금 물산업 해외전진기지라는 목표를 갖고 국가프로젝트인 물산업클러스터의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국비도 확보하고 대기업인 롯데케미칼도 유치했다. 내년이면 국가물클러스터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 착공에 들어간다. 착공도 전에 핵 ?콘텐츠를 채운 것이다. 대구환경공단 윤용문 이사장과 직원들의 발상전환과 집념이 대구 물산업, 한국물산업 그리고 대구의 미래를 열었다. 대구환경공단은 ‘신의직장’이라고 비판받는 그런 공기업만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방공기업이 이룩한 창조경제의 전형이다. 해외진출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다. 대구의 중국 물산업 진출은 전국 물산업계와 중국 나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합자계약에 참여해 중국진출은 물론 180억원의 기술이전료까지 받게된 엔바이오컨서의 이동완 대표는 “물산업 클러스트요?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돈벌어보세요. 물산업 클러스터는 저절로 성공합니다”라고 말했다. 공기업 개혁. 잘못한 것을 감사하고 비정상을 정상화 시키는데도 있겠지만 주어진 역할을 뛰어넘어 기업마인드를 갖고 도전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대구환경공단 같은 공기업이 바로 창조경제의 성공모델이다.창조경제를 부르짖는 정부와 많은 경제주체들은 대구환경공단의 사례에 주목해야한다. 공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지말고 개혁의 주체로 서게할 때 한국형 창조경제는 엄청난 동력을 확보할수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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