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정부, 연기금 긴급 투입…회사채 매입 확대

입력 2015-12-16 18:35
미국 금리인상 대비


[ 이유정/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6일 오후 4시19분

금융당국이 연기금을 통한 매입 확대 등 회사채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기업들의 실적부진과 미국 금리인상 과정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회사채 시장 경색을 해소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 기업들의 경영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회사채의 수요기반 확충과 유통시장 개선을 골자로 하는 ‘회사채시장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년 초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회사채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로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연기금 기관투자가의 투자기준을 다양한 회사채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바꾸고, 민간 연기금투자풀의 회사채 매입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은 공제회, 대학기금, 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1800여개 중소형 연기금의 운용자금을 한데 모은 투자대행기구로 지난 9월 출범했다.

비우량채도 매입 독려…"회사채 시장 살려야 기업 자금난 던다"

유통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 회사채 유통시장은 전체의 90%가 장외에서 거래돼 불투명하고 거래단위도 100억원 이상으로 높아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회사채시장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회사채시장 경색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인상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신용도 하락에 부담을 느낀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매입을 주저하면서 회사채시장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유통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거래량은 전달보다 3조4669억원 줄어든 6조1128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1월(4조4028억원) 이후 최저치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10월 삼성엔지니어링까지 대규모 적자를 발표한 이후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회사채를 기피하는 경향이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연기금과 보험사의 회사채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행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SK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등 18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벌인 결과 절반에 가까운 7곳이 모집 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런 양상을 지켜본 기업들은 줄줄이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4조8625억원인 데 비해 상환한 회사채는 총 5조3181억원으로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4556억원 많은 순상환 상태를 나타냈다. 지난 9월 이후 3개월 연속 순상환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들의 위험기피 경향이 우량등급으로 전이되거나 과도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채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관리를 중요시하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남은 과제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회사채를 섞은 회사채 펀드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유정/하헌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