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우증권 인수전 '3인3색'…CEO 성향이 승부 가른다

입력 2015-12-16 17:57
21일 매각 본입찰

윤종규 KB금융 회장, 회계사 출신 꼼꼼한 재무통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 결심 서면 지르는 공격 본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속내 감춘 뚝심의 승부사


[ 좌동욱 / 윤정현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6일 오후 4시45분

국내 증권업 판도를 좌우할 KDB대우증권 인수합병(M&A) 승자가 오는 21일 본입찰에서 결정된다. 한번 제시한 인수 가격과 조건은 변경할 수 없는 ‘단판 승부’다. KB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곳의 인수 후보 중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최고경영자(CEO)의 경력과 스타일이 인수 전략에 고스란히 드러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윤종규, 김재철 회장이 탐낸 인재

KB금융은 다른 후보들이 가장 경계하는 1순위 후보다. 인수 후보 중 자금 조달 능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업계 최고의 재무통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 22년간 회계사로 근무하다 2002?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CFO·최고재무책임자)으로 은행가에 발을 디뎠다. 증권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다. 회계사 시절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감사인 업무도 수행했다.

윤 회장을 잘 아는 지인은 “과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동원증권에 영입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귀띔했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직후 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해 인수 후 통합(PMI) 경험도 풍부하다.

이런 경력 때문에 윤 회장의 대우증권 인수 의지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가 KB금융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인수 자문사인 모건스탠리는 1년 전부터 윤 회장과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밑그림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사들은 “윤 회장의 KB금융은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수 가격을 정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박재홍 KB금융 전무가 윤 회장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남구, 12억원 차이로 칼라일 따돌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전 막바지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한번 내린 결정은 진중하게 밀어붙이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국내에서 증권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CEO로 평가받는다.

자본금 7조원대인 국내 1위 증권사가 창출할 수 있는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를 인수 가격에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다. 동원증권 시절인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합병한 경험도 김 부회장의 강점이다.

당시 ?부회장이 직접 써낸 인수 가격은 약 5412억원. 차순위 협상대상자(칼라일)의 인수가(5400억원)와 차이가 12억원에 불과했다. 대우증권 출신 ‘스타 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인수전에 적극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고비 때마다 승부수 적중

미래에셋증권은 인수 전략과 의지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각 측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크렘린 궁전처럼 속내를 알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직접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그룹 문화가 M&A 전략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인수 의지가 다소 후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1조원 규모 미래에셋증권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박 회장도 임원 회의에서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가격에 입찰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행보들이 본입찰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박 회장은 2007년 운용펀드 투자 손실에도 굴하지 않고 해외 사업을 밀어붙여 국내 최고 자산운용회사를 키워낸 경험이 있다. 대우증권 인수도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이 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가격 얼마나 써낼까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KB금융이 ‘2조원+α’를 써낼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써낼 수 있는 마지노선이 2조원 내외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최고 가격이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또는 미래에셋증권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패키지로 묶인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장부가(1조8400억원) 이상 인수 가격을 써내면 유찰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동욱/윤정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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