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보다 싼 기름값…미국 자동차 판매 '불티'

입력 2015-12-15 18:34
갤런당 1달러대 눈앞…지난달 자동차판매 증가율 14년 만에 최고

올해 1819만대 판매 전망…역대 최다 기록할 듯
여행·외식·숙박업 등도 매출 늘어 '유례없는 호황'


[ 워싱턴=박수진 기자 ] 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약 3.78L)당 1달러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값싼 휘발유 덕에 미국 자동차산업은 물론 여행, 외식, 숙박업 등 관련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25개주에서 이미 1달러대 판매

14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AAA)가 집계한 이날 현재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2.01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55센트(21%), 가장 높게 치솟은 2008년 7월(4.10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AAA는 국제적인 원유 공급과잉 등을 감안하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다음주께 1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50개 주 가운데 25개 주가 이미 1달러대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갤런당 1.788달러로 가장 쌌고, 캘리포니아가 2.651달러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비쌌다. 미 전역에서 가장 비싼 곳은 하와이로 갤런당 2.748달러였다.

◆자동차 판매기록 10년 만에 깰 듯

미국 NBC 방송은 이 같은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3.34달러인 우유, 작은 컵 한 잔에 2.15달러인 스타벅스 커피보다 싸다고 보도했다.

값싼 휘발유 덕분에 자동차와 연관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자동차 판매 사이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미 자동차회사의 판매량은 전달보다 11% 늘어나며 증가율 기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역대 최다인 1819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종전 기록은 2005년 1750만대였다. 미국 언론은 올해 판매되는 자동차의 59%가 기름을 덜 먹는 소형차나 하이브리드차량이 아니라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비싸고, 기름을 비교적 많이 소비하는 차량이라고 보도했다.

◆“휘발유값 더 떨어진다”

미국 고속도로관리국(FHA)에 따르면 저유가 덕분에 미국인의 총 운전거리는 지난 6월 한 달간 3100만마일(약 5000만㎞)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총 운전 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조한 수준을 보이다 올 들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운전량이 늘어나면서 외식업, 숙박업, 여행업 매출이 늘고 국립공원과 놀이공원, 캠핑장 등의 방문객도 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조디 건즈버그 S&P다우존스인덱스 상품연구담당은 “올 들어 유가는 29% 떨어졌는데 휘발유 가격은 16% 떨어지는 데 그쳤다”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난방용 기름 가격도 지난해 갤런당 3.72달러에서 올해 2.67달러로 1달러 넘게 낮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작년보다 난방비를 570달러가량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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