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오일쇼크' 일으켜 고유가 불붙였던 이란
내달부터 원유 증산 나서 유가 하락세에 기름 부을 듯
[ 이정선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중국의 수요 위축 등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이번엔 이란이 원유 증산에 나서면서 유가 하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1979년 세계에 2차 오일쇼크를 일으켰던 이란이 또다시 ‘역(逆)오일쇼크’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34.5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장 막판 소폭 회복세로 돌아서 배럴당 36.31달러로 마감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 당시 저점인 배럴당 32.40달러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가 하락세는 지난 4일 열린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한 데 이어 이란의 원유 생산량 증가라는 악재가 겹친 까닭이다. CNN머니는 14일 “이란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에 대비해 다음달부터 하루 5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더 생산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원유 양산체제를 앞두고 이란 남부의 아자데간, 서부의 쿼룬 熾?유전지대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유공급 과잉으로 급전직하 상황인 유가가 이란 때문에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 매장량 4위 국가인 이란은 제2차 오일쇼크를 일으키며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전례가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이 일어나면서 당시 이란의 유전 노동자가 팔레비왕정 타도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 원유 생산량이 하루 500만배럴에서 200만배럴로 급격하게 줄었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13달러에서 35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면서 중동의 라이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공급 물량을 늘려 서로를 압박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CNN머니는 “사우디는 유가 강세가 이란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7월 기준 하루평균 286만배럴이다. 이란은 내년 말까지 430만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미르 후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부 차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원유 수출 일정을 늦출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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