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법인장 회의
3시간 동안 지역별 상황점검…법인장 격려하며 질적 성장 강조
"기아차 멕시코 공장 가동해 중남미 점유율 확대하자"
[ 정인설 기자 ]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현대·기아자동차의 주요 지역 법인장들이 돌아가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에게 직접 보고했다. 해외 법인장 외에 연구개발과 품질부문의 부회장들도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4일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의 법인장 회의를 주재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회사별 상황을 정 회장에게 간략히 보고하기로 한 당초 계획과 달랐다. 정 회장이 “지역별로 찬찬히 상황을 점검해보자”고 제의해 회의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질적 도약한 한 해”
이날 지역별 점검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이 올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719만대. 작년 같은 기간 724만대보다 0.8% 줄었다. 이달 중 100만대 이상을 팔아야 올초에 정한 연간 판매목표(820만대)를 달성할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 회장은 법인장들을 다그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전했다고 판단해서다. 정 회장은 “올해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둔화됐다”며 “신흥국 수요도 급감하고 상황이 어려웠지만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키고 중국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등 질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고전했지만 10월부터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달엔 중국 진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8만195대를 팔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량은 10만5560대로 작년 11월보다 7.1% 증가했다.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1.6%)의 네 배 이상으로, 미국 내 10위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근본적 변화 기반 다져야”
현대·기아차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 유럽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5.7% 성장한 미국 자동차 시장이 내년엔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시장의 성장률도 올해 6.5%에서 내년 3.1%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을 택했다. 제네시스로 회사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친환경차로 불황을 돌파하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우선 내년에 제네시스를 세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차인 초대형 세단 EQ900(해외명 G90)과 대형 세단인 3세대 제네시스(G80)를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 또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년 1월 친환경 전용차인 현대차 ‘아이오닉’을, 5월께 기아차의 ‘니로’를 내놓는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가동해 미국과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내년엔 제네시스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고 친환경 전용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야 한다”며 “기아차 멕시코 공장도 안정적으로 가동해 근본적 변화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