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 >
지난달 27일 1000명의 지식인이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 경제를 이끈 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엔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이었다. 오늘날 문제의 핵심은 창조경제의 씨앗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 씨앗을 싹틔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불렸던 2030세대는 이제 ‘5포 세대’란 더욱 슬픈 별명을 얻었다. 집을 사겠다는 꿈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서 구글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가 나올 수는 없다.
주거는 2030세대 청년들이 가진 가장 큰 부담이다. 높은 전세금 때문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다. 쪽방과 고시촌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창조경제는 법과 제도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2030세대를 위해 ‘행복주택’을 도입했다. 서울시도 ‘작은 도서관’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은행과 연계된 자동 금융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2030세대 전용 맞춤형 임대주택을 시민의 투자로 공급하는 ‘서울리츠’를 발표했다. 그러나 행복주택과 서울리츠는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목동 유수지에 짓기로 한 행복주택은 지역 주민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서울리츠 1호 사업지인 은평구 기자촌은 주민들이 “공원을 지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모두들 젊은이를 위한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행복주택이나 서울리츠가 들어선다고 하면 반대한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집값이란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부수적인 복지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사회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부 주민의 이해와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 행복주택이나 서울리츠의 성공을 위해선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 지역 이미지를 쇄신하고 제고할 수 있는 시설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해당 지자체엔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특별교부금 지원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자원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30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창조경제 발현을 위한 효과적 방안이다.
김우진 <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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