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당의 이익 될 수 없는 야당 분란

입력 2015-12-15 17:40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정당정치의 한 축인 야당이 지리멸렬하면 그 피해가 정부와 여당에도 미치게 됩니다. ‘꽃놀이패’를 쥔 것처럼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4선)은 기자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란을 이같이 평했다. 분당 위기를 겪는 야당의 불행이 새누리당에 ‘반사이익’이 아니라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총선을 시작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지난해 7월 치러진 재·보궐선거까지 새누리당은 연승했다. 연패 늪에 빠진 새정치연합은 잦은 지도부 교체와 계파 갈등의 내홍에 휩싸이면서 ‘여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약한 야당’이 여당에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먼 예를 들 것도 없다. 국회는 15일 미뤄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와 민생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결렬로 본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최고위원 및 정책위원회 의장 사퇴로 인한 지도체제 와해 등 야당의 잇단 악재로 여야 간 협상은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법안 논의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되풀이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요구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 1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의장이 직무유기한다”는 성토가 나왔고 정의화 의장은 15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말을 함부로 배설하듯이 하지 마라. 참기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오전 의장 중재로 양당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지부진한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련해 “(당 내부 분란 때문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처음 입장에서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자중지란이 집권 여당은 물론 국회 전체를 ‘시계제로’의 안갯속으로 이끌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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