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FOMC 금리 결정] 정크본드 시장, 금리인상 앞두고 '투매'…신흥국 위기 '방아쇠' 되나

입력 2015-12-15 17:34
하이일드 펀드 등 투자자 불안감 '고조'

'저유가' '미국 금리인상' 연속 펀치에 시장 요동
증시·신흥국 채권시장으로 불 옮겨붙나 촉각


[ 임근호 기자 ] ‘저유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두 펀치를 동시에 맞게 된 미국 하이일드(고수익) 회사채시장이 비틀거리면서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투기 등급(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아 정크본드로 불리지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하이일드채권이라고도 불리는 이 채권이 거래되는 시장은 금융시장의 요동에 가장 쉽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약한 고리’로 꼽힌다. 이 때문에 불안 심리로 인한 매도세가 주식시장과 신흥국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릴린치 하이일드 채권 지수는 올해 연간 수익률이 -4.7%로 7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펀드 환매 잇따라

1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전 거래일보다 0.87% 하락한 주당 78.83달러로 마감해 연중 聆饗「?기록했다. 올해 하락률은 12.0%에 이른다.

이날 하루 인출액은 5억6000만달러로 역대 세 번째로 컸다. 해당 ETF 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긴급 콘퍼런스콜을 통해 “우리가 환매를 중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혼란은 지난 11일 뉴욕에 기반을 둔 자산운용사 서드애비뉴매니지먼트가 하이일드 펀드의 환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증폭됐다. 계속된 투자손실에 전체 자산의 41%인 9억7880만달러가 환매로 빠져나간 서드애비뉴는 펀드를 청산하고 남은 7억88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같은 날 다른 운용사인 스톤라이언캐피털이 4억달러, 14일 루시더스캐피털이 9억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청산을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미국 셰일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며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하이일드채권 시장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에도 미국 셰일업체인 스위프트 에너지가 부도를 냈다. 미국 하이일드채권 시장에서 에너지 업종 비중은 2009년 11%에서 최근 20%까지 확대됐다.

◆불안해진 신흥국 채권시장

미국 하이일드 시장의 투매가 신흥국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하이일드 시장이 무너질 경우 가장 취약한 곳으로 신흥국 채권시장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했다. 신흥국 회사채 규모가 지난 10년간 네 배 이상 커진 상황에서 최근 경기 둔화로 신흥국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민간 부채가 높은 수준에 이른 신흥국들은 자금 환경이 경색되면 급격한 자금 유출 등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시장 정보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대표적인 15개 신흥국 회사채 펀드로 2009년부터 작년까지 총 657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올 들어 11월까지 49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시장의 불안은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WSJ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 상당수가 자산의 20%를 신흥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환매 요청이 계속 들어오면 신흥국 채권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흥시장 펀드의 가격을 추종하는 JP모간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지난달 2%가량 하락했다. 이미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서 라우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신흥시장 채권 부문장은 “올초 상당수 투자자가 신흥국 채권시장을 빠져나가 추가 매도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금융시장 분석업체인 톰슨 로이터 리퍼의 제프 처너호이 리서치팀장도 “서드애비뉴 등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그만큼 무모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하이일드 펀드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