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FOMC 금리 결정] 마크 스토커 세계은행 연구원 "신흥국 '서든 스톱'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 외화빚 많아 세심한 대비 필요"

입력 2015-12-15 17:31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세미나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시 신흥국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리스크로 선진국의 긴축에 따라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서든스톱’이 지목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마크 스토커 세계은행 선임연구원(사진)은 “서든스톱은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든스톱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인플레이션율 상승 △미 중앙은행과 시장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기대차이 △신흥국 기업의 과도한 차입을 들었다.

스토커 연구원은 미국의 임금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빨리 오를 경우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완만하게 올려도 시장이 체감하는 긴축속도가 이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제기됐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르면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연 1.6%로 예상(중간값 기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보다 훨씬 낮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알렉스 폴락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은 FOMC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앞으로 2년간 분기별로 0.25%포인트씩 인상, 2017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2%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든스톱이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신흥국 기업의 높은 차입 수준이다. 스토커 연구원은 “신흥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 기업들의 외화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든스톱은 발발할 가능성이 낮은 꼬리 위험(tail risk)이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서든 스톱

sudden stop. 선진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본이 급감하거나 신흥국에서 대규모로 자본이 유출돼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1995년 루디 거 돈부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멕시코 페소화 가치 붕괴의 원인을 다루면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