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아니면 접속종료!" 트세-문명 등 '자유도' 엄지척

입력 2015-12-15 06:40
<p>빠삐용만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속 유저들도 자유를 절실히 원한다. 게임의 허점을 파고들어 미공개지역을 탐험하기도 하고, 기발한 몬스터 공략법이나 아이템 활용법을 찾아내 개발자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반드시 개발자가 의도한 길로 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유저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하는 게임들도 많다. 모래가 든 상자처럼 원하는 놀이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의 '샌드박스',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구현했다는 '오픈월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비선형 구조' 등 표현방식과 자유의 정도는 제각각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유저의 자유도를 높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최근 높은 자유도를 내세운 게임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IMC게임즈의 '트리오브세이비어',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 왓스튜디오의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그것이다. 세 게임 모두 자유도 높은 게임으로 이름을 날린 개발사들의 작품이다. IMC게임즈는 '라그나로크',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를 각각 개발한 전력이 있으며, 왓스튜디오는 '마비노기'를 개발한 '파파랑' 이은석 디렉터가 주축이 된 회사다. 이 때문에 이번 게임들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p> <p>퀘스트 중요하지 않다, 역할 강조한 '트리오브세이비어'

IMC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PC MMORPG '트리오브세이비어'는 개발기간만 5년을 소요하며 유저들의 애간장을 태운 게임이다. 장기간의 담금질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12월 17일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개발총괄을 맡은 김세용 IMC게임즈 부사장에 따르면, '트리오브세이비어'는 퀘스트 중심으로 흘렀던 MMORPG 기조를 비껴갔다. 퀘스트를 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퀘스트는 단지 게임의 이해를 돕는 튜토리얼일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최고레벨인 280레벨 지역에서는 퀘스트가 거의 없다. 대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오브젝트를 숨겨놓아 유저들이 스스로 발견하게끔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게 만들 방침이다.</p> <p>이 외에 '트리오브세이비어'가 내세우는 주요 특징은 동화적인 2D 그래픽, 개성있는 態貪? 방대한 콘텐츠 스케일이다.

쿼터뷰방식의 2D 그래픽은 2000년대 초반 MMORPG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라그나로크'를 닮게 만들 의도는 없다고 했으나, 캐릭터 생김새와 맵 분위기 등 곳곳에 '라그나로크'의 향취가 배어있다. 감성적인 그래픽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겨냥했다.

직업군은 전직시스템을 통해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소드맨', '아처', '클레릭', '위저드' 4종의 직업으로 시작해 최대 7단계까지 전직하며 개성있는 캐릭터로 성장한다. 유저간 역할분담을 중요시하는 RPG 본연의 재미를 살렸으며, 어떤 직업들로 조합을 만드냐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지게 구성했다.

방대한 콘텐츠도 자유도를 올리는데 한 몫 한다. 오픈베타기준 최고레벨 280, 200개 이상의 맵, 1700종 이상의 몬스터를 구현했다.</p> <p>기존에 없던 게임, 우리가 봐도 희한하다 '문명온라인'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및 서비스를 맡은 '문명온라인'은 전략게임 '시드마이어의문명'을 PC용 MMO게임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중독성이 강해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원작 덕에 개발단계부터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트리오브세이비어'와 마찬가지로 5년간 개발했으며, 12월 2일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문명온라인'은 턴방식을 실챨9逆컥막?바꾸면서 게임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었다. 혼자서 마스터플랜을 짜서 문명을 건설하던 구조를 수천, 수만명이 각각의 시민이 되어 협동을 통해 문명을 이룩하는 구조로 바꾼 것. 이로 인해 각 유저들에게 높은 자유도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을 빌려주지 않아도 된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말발이 중요한 게임"이라며 리더들의 설득력을 강조한 바 있다.</p> <p>또한 일주일 단위로 세션이 나뉘며, 세션이 끝날 때마다 이룩한 문명이 리셋된다. 기존 MMORPG에서 후발주자들이 흔히 겪는 진입장벽이 사라진 셈이다. 매번 세션이 끝나면 모두 돌도끼를 들고 동일한 조건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뒤늦게 게임을 시작해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문명온라인'은 여러 모로 기존 MMORPG와는 많은 점이 다르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들도 "우리가 생각해도 희한한 게임"이라고 입을 모았다.</p> <p>뻔한 게임이라면 만들지 않았을 것, '듀랑고'

왓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할 예정인 '듀랑고'는 야생의 땅에서 생존하는 것을 테마로 한 모바일 MMORPG다. 모바일게임 사상 가장 높은 자유도를 강조했다. 12월 16일 첫 CBT를 시작한다.

이은석 디렉터는 "듀랑고는 바닥부터 다시 만든 새 문법의 MMORPG"라며, "다른 게임에 있는 것은 없고, 없는 것은 있다"고 말했다. 당연하다고 간주했던 MMORPG의 관행에 대해 하나하나 의문을 던지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찾아왔다는 것. 실제로 '듀랑고'에는 NPC도, NPC마을도 없다. 물가와 같이 생활하기 좋은 곳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고, 편의시설을 하나씩 추가해가는 과정에서 마을이 형성된다.</p> <p>'듀랑고'는 생활과 개척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동플레이를 해야 생존하기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공동체생활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는다.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생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지난 FGT 때도 시작점부터 일부러 남들과 떨어져서 게임을 즐긴 사람들?있었다고 한다.

열성팬에 집중? 입소문으로 확산? 사업전략은 천차만별

개발자의 의도대로 만들어놓은 콘텐츠만 즐기는 테마파크형 RPG는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PC와 모바일을 막론하고 현재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테마파크형 RPG다. 자유도와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자유도 높은 게임들을 즐기는 유저들은 열정적이고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그러나 게임을 흥행가도에 올릴만큼 수가 많지 않아 게임 마케팅 담당자들을 고민에 빠트린다.

'트리오브세이비어'의 사업방향은 열성팬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흥행보다는 게임을 좋아해주는 유저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목표다. 김세용 IMC게임즈 부사장은 "할 사람은 마케팅을 안해도 하고, 안할 사람은 어떤 마케팅을 해도 안한다"고 말했다. 애써 게임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담백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명온라인'은 열성팬들을 중심으로 일반 유저들에게 입소문을 퍼트리는 전략을 세웠다. 손은영 엑스엘게임즈 사업실장은 "내부적으로는 연착륙한다는 사업전략을 세웠다"며 "일단은 CBT에 참여했던 테스터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게임을 경험했던 사람들을 신규유저들의 길잡이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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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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