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로 이뤄지는 매장 업무
도움 준 동료·선후배들에게 감사
"장애인은 어디까지 승진했나요"
신입사원 질문받고 도전의식 생겨
[ 이미아 기자 ]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서울 방이동 스타벅스 올림픽공원남문점의 문을 열자 권순미 부점장(36·사진)의 밝고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스타벅스 사내 커피전문 교육과정을 마친 ‘커피마스터’임을 상징하는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그는 바삐 움직이며 수시로 손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권 부점장은 자신의 말소리를 비롯해 모든 대화를 귀로는 들을 수 없다. ‘스타벅스코리아 사상 최초 청각장애인 부점장’. 이것이 그의 앞에 놓인 수식어다. 그는 입 모양을 읽으며 음성언어를 하는 구화(口話)를 구사한다.
두 살 때 앓은 열병 후유증으로 어린 시절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선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카페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이 같은 궁금증 등 때문에 권 부점장은 지난 1일 부점장 승진 후 ‘기적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솔직히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 아직까지 청각장애인이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최근 스타벅스 올림픽공원남문점에서 만난 권 부점장은 이같이 털어놨다. 또 “매장 업무는 끈끈한 팀워크 없인 절대 불가능하다”며 “신입 바리스타 시절부터 나를 이끌어준 선배와 동료, 잘 따라 준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권 부점장은 2011년 스타벅스코리아의 장애인 정규직 채용 1기로 입사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원래 다른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장기 입원한 뒤 퇴사하고 새 일자리를 찾다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올라온 스타벅스 채용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집이 올림픽공원 바로 근처였어요. 그래서 공원 안에 있던 스타벅스 올림픽공원점 단골이었죠. 지금은 그 매장이 없어졌지만 제겐 여가 시간을 보내는 참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올림픽공원점에서 근무하다가 가락시장역점으로 옮기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당시 점장은 그를 장애인이라고 특별대우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권 부점장은 “칭찬할 땐 확실하게 하고, 잘못했을 땐 따끔하게 꾸중해서 고쳐준 고마운 선배”라며 “그때 함께 일했던 동료와 후배들도 나를 편견 없이 대했다”고 회상했다.
스타벅스 매장 담당 직원은 바리스타와 수퍼바이저, 부점장, 점장 순으로 승진한다. 승진의 고비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수퍼바이저가 됐을 때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족하던 그에게 부점장 승진 도전을 꿈꾸게 한 건 장애인 신입사원 교육장에서 받은 “스타벅스에서 장애인 사원 중 가장 높은 직급은 어디까지 승진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물음에 ‘수퍼바이저’라고 답하면서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해서 부점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죠. 부점장 승진 단계까지 가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대등하게 시험을 치릅니다. 면접 때도 소통과 관련해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압박 질문을 많이 받았죠.”
그의 승진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홀로 저와 남동생을 키우셨어요. 이번에 어머니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한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권 부점장은 장애인 취업준비생들에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장점을 살려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며 “나는 늘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소통하려 노력했다”고 조언했다. 그의 내년 목표는 수화를 배우는 것이다. “저는 구화만 익혀서 수화를 잘 몰라요. 수화를 배워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커피 교육 세미나를 열고 싶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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