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지수 보고서
한국, 군사·외교적 평화수준↑…정치 분야는 29위서 51위로↓
세계평화 2000년 이후 최악…유럽 경제위기·중동 불안 등 영향
독일, 3년 연속 평화지수 1위…'미사일 도발' 북한은 114위
[ 전예진 기자 ]
지난해 한국의 세계평화지수가 전년보다 4단계 하락한 51위를 기록했다. 국내 정치 분야의 갈등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세계평화포럼(이사장 김진현)은 13일 발간한 ‘세계평화지수(WPI) 2015’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평화 수준이 72.9점으로 143개국 중 51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WPI는 매년 전 세계 평화 수준을 국내 정치, 군사·외교, 사회·경제 분야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영역별로는 국내정치 부문의 평화 수준이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의 2013년 국내정치 평화 수준은 29위(87.8점)로 상위권에 포함됐지만 2014년엔 51위(79.5점)로 추락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통합이 이뤄지지 못했고 정당 간 갈등과 정당 내부의 갈등이 심화했다는 게 포럼 측의 분석이다.
군사·외교 평화 수준은 129위(57.5점)에서 125위(56.1점)로 소폭 상승했고 사회·경제 부문은 2013년과 같은 83.3점으로 23위를 유지했다.
북한의 평화지수는 56.1점으로 전년보다 4계단 내려간 114위를 기록했다. 국내정치 66위, 군사·외교 139위, 사회·경제 107위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에 대한 정치적 도전 세력이 형성되지 않아 국내정치는 다소 안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 이후 주요 인사들의 처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핵개발, 미사일 도발 등 남·북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포럼 측은 설명했다. 김진현 이사장은 “남·북한의 평화 수준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한반도 평화 수준을 높이려면 군사·외교 평화를 증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평화 상태를 측정한 WPI는 67.4점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는 2004년 69.2점이었다. 전년도(69.6점)보다는 2.2점 떨어져 지수 산정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끝이 불투명한 유럽의 경제 위기, ‘아랍의 봄’ 파동과 중동의 정치적 격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등 인구·군사대국들이 한결같이 평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화 수준 상위 국가였던 유럽 선진국들이 그리스발 금융위기와 난민 유입 등을 겪은 것이 세계 평화 수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장 평화 수준이 높았던 나라는 89.6점을 얻은 독일로 나타났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건실한 경제를 유지한 점 등이 높이 평가돼 3년 연속 평화지수 1위를 차지했다. 평화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남수단(20.0점)이었다. 수단에서 2011년 분리 독립한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는 점 등이 반영됐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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