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영세업체 급증에 공급 과잉…품질 떨어져 부실공사 우려
건설현장선 되레 물량 부족…중견기업은 공공 납품 끊겨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김정은 기자 ]
최근 서울 외곽의 한 간선도로 건설현장. 발주기관이 지정한 인근의 작은 레미콘 생산공장에서 레미콘을 받아 공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공장은 직원이 두 명뿐인 데다 레미콘 트럭이 부족해 현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대기에 역부족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건설사는 추가로 자기 돈을 들여 다른 업체에서 믹서트럭을 빌려 공사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만난 한 레미콘 중견기업 대표는 “요즘 공공 공사현장에서 레미콘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들려온다”고 전했다. 중대형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는 그는 여러 기관 및 협회 등으로부터 콘크리트 생산능력과 품질을 검증받았으나 레미콘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공공분야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중소기업청은 2011년 공공분야에서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가 필요한 몇 개 품목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빠졌다. 레 箝?아스콘(아스팔트콘크리트) 콘크리트블록 철근 등 주요 건설용 기초산업이 포함됐다. 중소기업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공사현장에 사용되는 레미콘 등의 추정가격이 3000만원을 넘으면 발주기관은 조달청 등을 통해 구매한 뒤 시공업체에 공급해야 한다. 레미콘 등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 건설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제도 도입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해 전국 레미콘 업체는 모두 807개. 이 중 796개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보호정책에 따라 중소 레미콘 공장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이들의 공장 가동률은 25.7%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술 개발이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할 여력이 안 되는 일부 영세한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싸게 만들다 보니 품질은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건축 품질을 높이고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용 자재의 직접 구매 대상을 공사 규모에 따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기업이 자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생산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중견기업들의 지적도 귀 기울일 만하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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