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은 정작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를 줄이지 못한 채, 고용 안정과 근로 여건만 악화시키고 있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비정규직법의 풍선효과 분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기간제 및 파견근로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 보호법을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더 많이 증가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2005~2014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는 3.3% 증가한 데 비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10.8% 급증했다. 기간제는 0.1% 증가에 그쳤으나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7.7%)와 파견(5.7%) 용역(3.8%) 등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경연이 지적한 대로 근로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한 데 따른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기간제의 임금 사정도 나빠졌다. 정규직 대비 기간제 임금은 2005년 74.5%였지만 2009년엔 65.5%로 급감했고, 이후 다소 개선됐지만 2014년에도 67.8%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보호법은 당초 예상한 대로 비정규직을 오히려 늘리며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기득권을 깨지 못하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킨다. 지금처럼 정규직 고용이이렇게 경직돼 있는 상황에서는 이중구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한국 노동시장 문제의 핵심이다. 얼마 전 OECD가 한국 정부를 향해 “2017년까지 70% 고용률을 달성하려면 현재의 로드맵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노동개혁 패키지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본질은 놔둔 채 보호해준다고 외쳐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보호법, 임대료를 급등시키는 권리금 보호법, 대형마트만 피폐하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중소기업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다 그렇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는데도 노동단체는 정규직 기득권을 지키는 투쟁만 거듭하고 있다. 실패를 보고도 달라지는 게 없다. 공허한 구호는 거짓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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