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듯 낯설지 않은 그곳…프랑스 속의 힐링 아르카숑

입력 2015-12-14 07:03
수정 2015-12-14 10:00
싱싱한 바다내음 품은 굴…사막에 온듯 반짝이는 모래 언덕…
프랑스 남서부 휴양지, 아르카숑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르카숑은 1863년 나폴레옹 3세가 잠시 머문 뒤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아르카숑이 포함된 아키텐주 전체가 연중 온화하고 일조량이 많아서 프랑스 남서부의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페레르 비치, 아르카숑 비치, 아바틸레 비치 등 7㎞가 넘는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어 일광욕은 물론 윈드서핑, 낚시 같은 수상 레포츠를 두루 즐길 수 있다. 또 육지 깊숙이 들어온 바닷물과 강물이 이어져 만든 물길을 따라 배를 타고 탐험 활동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1년 내내 굴을 먹을 수 있는 곳

아르카숑은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이지만, 보르도의 남서쪽으로 약 55㎞ 떨어진 곳에 있어 보르도로 가는 길에 하루 이틀 들르면 좋을 곳이다. 아르카숑은 육지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만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여름이 여행하기 좋은 성수기지만,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아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틘Dゼ叢〈?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특히 굴로 유명하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싱싱한 굴을 생산하고 또 먹을 수 있다. 아르카숑 부두에서 배를 타고 30분쯤 달려가면 전통 어촌마을인 카프 페레(Cap Ferret)가 나온다. 배에서 내리면 거대한 굴 양식장이 바다 가득 펼쳐진다. 이곳에서 나는 굴은 0에서 5까지 등급을 분류해 파는데 가장 큰 것이 0, 가장 작은 것이 5등급이다. 굴은 크기와 특성, 또는 생산과 손질 방법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데 마을 사람들은 3등급 이상만 돼도 훌륭한 것이라고 했다.

아르카숑의 굴은 프랑스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특산물이다. 카프 페레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이든 자리를 잡고 앉으면 거의 모든 테이블에 석화가 놓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레몬은 거의 통째로 나오고, 레몬을 듬뿍 짜 넣은 싱싱한 굴을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상큼함이 터져 나온다. 가벼운 소비뇽 블랑 와인과 함께 먹은 아르카숑의 석화는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굴요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을 딴 마을

아르카숑의 마을은 하나같이 기품이 넘치면서도 여유롭다.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19세기에 유행한 빅토리아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삼각형의 지붕은 높고, 대리석과 붉은 벽돌을 이용해 지은 집들은 화려하기보다는 우아함을 먼저 풍긴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인 장 콕토는 이 도시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아르카숑의 아름다움을 누렸다.

18세기, 아르카숑은 ‘겨울마을’로 불렸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고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은 기후 덕분에 이곳에서는 다른 도시와 달리 각종 전염병이나 질병이 잘 번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수를 이용한 질병 치료나 요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겨울마을은 아르카숑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 지금은 400채의 고급 빌라가 들어서 있는, 아르카숑에서 가장 살기 좋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겨울마을로 알려진 아르카숑에는 봄마을, 여름마을, 가을마을의 이름을 지닌 동네들이 계속 생겨났고, 지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계절 휴양지가 됐다. 해변 산책로가 있는 여름마을의 겨울은 조금 쓸쓸하고 스산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페르디낭 성당이 있는 가을마을과 스파가 발달한 겨울마을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온기로 여행객을 보듬어준다.

유럽에서 가장 큰 사구 뒨 뒤 필라

아르카숑에 온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가는 여행지 중에는 ‘뒨 뒤 필라’가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사구로, 높이가 107m에 이르는 이 언덕에는 고운 모래가 햇빛을 받아 뜨겁게 반짝인다. 사구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올려다보이는 뒨 뒤 필라는 사실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굽이굽이 이어진 모래 언덕이 마치 사막에 온 듯한 기분을 전해준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사구의 경사면을 따라 마구 뛰어 내려오고, 방방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무척 사랑스럽다.

사구의 서쪽 경사지는 바생 다르카숑(만 안에 차 있는 바다)과 연결되고, 동쪽 경사지는 광대한 소나무 숲을 바라보고 있다. 사막이 없는 유럽에서 뒨 뒤 필라의 풍경은 분명 생소하면서도 신비로운 것이다.

여행 팁

파리에서 보르도(메리냐크공항 이용)까지 가는 국내선을 타면 된다. 보르도에서 아르카숑까지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보르도 생장(St Jean)역과 아르카숑을 왕복으로 오가는 기차(TER)를 이용하면 50분 정도 걸린다. 다른 교통편은 아르카숑 관광안내사무소 홈페이지(arcach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르카숑(프랑스)=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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