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김성태 의원 등 "수도권 불리한 지역 출마해야"
당사자들은 "주민이 선택" 반발
[ 조수영 기자 ]
새누리당 내 공천 룰 논의가 재개되면서 ‘험지 차출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자칫 당내 세대 간, 지역 간 대결로 확전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험지 차출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벨트와 영남 지역에 몰리면서 초·재선, 수도권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박 대통령 측근으로서 인지도를 높인 것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이미 큰 은혜를 입은 것인 만큼, 당의 텃밭보다는 야당이 의석을 점하고 있는 지역에 가서 새누리당의 의석을 늘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중진의원으로까지 차출 대상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전·현직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김용태 의원은 지난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험지 차출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이혜훈 전 최고위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직접 거론하며 “내년 총선의 분수령인 서울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 안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 이 전 최고위원과 조 전 수석은 서울 서초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전 의원의 ‘험지 차출론’도 나온다.
‘신박(새로운 친박근혜계)’으로 꼽히는 원유철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많은 훌륭한 자산들이 수도권에 출마해 당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바둑에서 사석처럼, 버리는 것처럼 험지에 나가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박빙의 승부처에서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이 출마해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험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영남지역 중진의원은 “‘험지’라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떨어질 만한 곳을 골라 보낸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다선 의원이 됐을 때는 그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한 점을 평가받아 주민의 선택을 받은 것인데, 정치적 신의 측면에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김무성 대표도 최근 서울 등 ‘험지 차출’에 대해 “제 지역구(부산 영도) 주민들에게 심판받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은 “그 지역에 뿌리를 두거나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당이 인위적으로 공천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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