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이산가족 해결"…북한 "금강산관광 재개"

입력 2015-12-11 18:26
남북, 개성공단서 당국회담

"큰길 열자" 웃으며 시작했지만 의제 놓고 한밤까지 기싸움
12일 오전 10시30분 회담 재개


[ 김대훈 기자 ] 남북이 11일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었다. 2007년 6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첫 정식 당국회담이다. 박근혜 정부와 김정은 정권 수립 후 정례회담의 물꼬를 튼 것이다. 양측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의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30분간 1차 회의를 마친 뒤 6시간이 넘도록 정회하는 등 회담은 진통을 겪었다.

남북은 이날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12일 오전 10시30분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

남북은 지난달 26일 이번 회담 대표의 ‘격(格)’과 회담 시기를 정하는 실무접촉에서 회담 의제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으로 폭넓게 정했다. 이날 아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회담 수석대표인 황부기 차관을 비롯한 대표단을 전송하면서 이번 당국회담을 정례화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회담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체회의는 오전 10시40분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황 차관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회담을 시작하면서 북측 대표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에게 한시 ‘야설(野雪)’의 구절인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을 언급했다.

황 차관은 “들판에 눈이 내리면 걸을 때 ‘갈지(之)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라며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 통일로 가는 큰길을 열자”고 말했다. 전 부국장도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노력하자”며 “장벽을 허물고 골을 메워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화답했다.

남북은 30여분간 현안에 관한 입장을 교환했다. 당초 8·25 고위급 접촉 등에서 합의한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해선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했지만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해법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각자 점심식사를 했고, 저녁 6시3분이 돼서야 황 차관과 전 부국장 간 수석대표 접촉이 진행됐다. 첫 입장 교환 후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회담 방침을 전달받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관측된다.

수석대표 접촉은 1시간10여분이 지난 7시15분에 끝났다. 이어 밤 9시40분부터 15분간 2차 수석대표 접촉이 이뤄졌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면적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서신 교환 등의 방안을 우선 논의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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