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13단계로 변하는 벌집모양 조명, 40년 역사 '도쿄선물용품전' 대상
디자인·소재·가격 등서 두각…대일 수출 계기로 유럽·북미 개척
디자인 제품 만드는 회사지만 원가·재료·양산공정에 힘 쏟아
가습기·텀블러 등 제품 다양화…내년 수출액 250만달러 목표
[ 김낙훈 기자 ] 대전 유성구 문지동. KAIST 문지캠퍼스에 아이투엠이라는 회사가 있다. 가습기 조명등을 비롯한 아이디어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창업한지 2년, 임직원 6명의 소기업이지만 6개국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미국 등지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지난 9월3일 도쿄 빅사이트전시장. ‘도쿄선물용품전(Tokyo Gift Show)’이 열리고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지원으로 이 전시회에 참가한 아이투엠의 조동연 사장(43)이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는 가운데 전시회 관계자가 급하게 뛰어왔다.
그는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서 달려왔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랑프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도쿄선물용품전은 40년의 역사를 지닌 전시회다. 올해 출품한 업체 20개국 2400여개 가운데 대상을 받은 것이다. 주최 측은 “이 전시회에서 외국업체가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며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수상작은 벌집 모양의 갓이 붙어 있는 조명등이다. 플라스틱 소재의 갓이 전등불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킬 뿐 아니라 13단계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이다. 수상작은 단지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만으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과 소재, 가격, 구매자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평가한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배상민 KAIST 교수 연구팀인 ‘ID+IM’에서 탄생시킨 것이다. 이를 아이투엠이 제품화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총판 요청을 받아 계약을 맺었다. 조 사장은 “연말께부터 대일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투엠은 이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올 들어 독일 미국 베트남 홍콩 중국 중남미 등 10곳의 전시회 및 시장개척단에 참가했던 아이투엠으로선 주요 지역별 총판을 선정 중인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런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조 사장은 “조만간 미국 독일 스웨덴에 총판을 두고 이들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디자인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제품을 탄생시킨 것은 그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 KAIST에서 산업디자인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 ?조 사장은 2001년부터 4년간 벤처기업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제품디자인과 기구설계를 담당했다. 그 뒤 ‘그리고디자인파크’라는 개인회사를 세워 디자인 용역업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실무와 생산공정을 경험했다. 이렇게 12년 동안 실무능력을 쌓은 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2013년 디자인 제조 전문 기업 아이투엠을 창업했다. ‘아이투엠’은 아이디어에서 제품화까지의 토털 솔루션을 가진 전문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무실은 KAIST 내 창업기업 80여개가 모여 있는 문지캠퍼스에, 공장은 충북 음성에 330㎡ 규모로 마련했다. 조 사장은 “아이디어 제품은 핵심인 디자인과 더불어 구조, 재료, 제조공정, 원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디자인’ 못지않게 ‘제조’에 집중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조 사장은 2007년 접히는 MP3 플레이어 ‘크로스큐브’ 개발에 참여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납품 날짜가 다가와도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어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새벽까지 문제점을 찾고 새로운 재료, 표면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제품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양산공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코스트 엔지니어링(cost engineering)’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이는 원가와 비교해 얻을 수 있는 성능, 품질, 편리성 등의 득실을 따지는 공학기술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도 성능이 떨어진다든지 원가가 많이 들면 상품성이 없다. 결국 아름다우면서도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 求募?점을 터득한 것이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제품은 조명등 외에도 자연가습기 텀블러 등이 있다. 모두 배상민 KAIST 교수 연구팀의 디자인을 상품화한 것으로써, 나눔(nanum) 프로젝트 제품들이다. 나눔자연가습기는 부직포를 벌집 모양으로 만들어 컵이나 접시에 담아 둔 것이다. 전원을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물이 부직포를 통해 증발하면서 주변의 습도를 올린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개인용 가습기로 아로마오일을 같이 사용하고, 편하게 세척해서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텀블러는 일종의 보온병으로 손으로 만지면 내부 온도에 따라 센서가 작동해 세 가지 색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0~35도는 차가움, 35~75도는 따뜻함, 75~90도는 뜨거움을 색으로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이 회사의 제품은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결합돼 있다.
조 사장은 “내수시장은 대형마트와 디자인상품 전문매장, 유명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팔고 있고 해외시장은 총판 형태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지 총판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를 뚫고 있고 중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총판을 두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조 사장은 “스웨덴에서는 KOTRA를 통한 지사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상품을 갖고 이케아와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지역은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싱가포르 등 현재는 6개국이지만 이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국 확대와 제품 다양화를 통해 아이투엠의 수출은 올해 25만달러에서 내년에는 250만달러로 10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가 관 ㈖求?‘나눔프로젝트’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운동이다. 예컨대 KAIST의 ID+IM 연구실이 디자인 재능을 기부하고, 후원기업이 제품개발과 초기생산 비용을 댄 뒤 상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월드비전에 전달하면 월드비전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쓰는 것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 우수한 디자인 제품을 전문 생산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가격면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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