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세우는 여당] 하겠다…하겠다 …하겠다 …결국 아무것도 안한 'NATO 새누리'

입력 2015-12-10 18:37
두려운 한국의 미래? 문제는 정치다

무기력 새누리, 산적한 국정과제 뒷받침은커녕…

대응 논리·전략도 없이 야당·선진화법 핑계만
친박·비박 이어 진박 까지…계파싸움 '골몰'


[ 이정호 기자 ]
‘대야(對野) 정치력을 상실한 무기력한 여당.’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이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은 친박근혜계·비박근혜계로 찢어져 당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계파 간 권력 투쟁에 민생과 정책 입법은 19대 국회 내내 아무 전략 없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불통 야당과의 국회선진화법을 핑계 삼은 ‘법안 맞바꾸기’ 야합은 결국 정부와 여당 모두에 정치적 부메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행은 없고 말만 앞서

새누리당이 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요 법안을 놓고 구체적인 실행 없이 말만 앞세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이른바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당이 돼 정부의 국?운영에도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년5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의료 민영화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거나 경제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야당의 반박에 뚜렷한 대응 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도 마찬가지다. 소수당의 다수당 발목잡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 때문에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지만, 법 개정을 위한 관련 상임위나 여야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개정도 말뿐이다. 내년 9월 법 시행을 앞두고 지도부가 일제히 이 법의 위헌 문제를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아무 진척이 없다.

◆여야 거래 ‘반쪽짜리’ 법안 속출

힘없는 여당이 ‘법안 맞교환’ 전략을 펴는 야당에 끌려다니며 주요 법안의 입법 타이밍을 놓치면서 알맹이 빠진 정책이 되거나 경제 효과가 반감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법안 발의 4년 만에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관광진흥법(학교주변 호텔 건립 허용)은 여야 간 지루한 논의 과정에서 대폭 손질됐다. 호텔 건립 허용조건을 당초 학교 주변 50m에서 75m로 강화했고, 서울·경기 지역만 대상으로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서울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세우려던 대한항공은 이 법안의 통과가 늦어지면서 호텔 건립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들만의 싸움’ 매몰된 새누리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친박과 비박 간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몸살을 앓았다. 지도부 선출, 당직 인사, 정책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상대편을 흠집 내고 깎아내리는 구태가 재연됐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 개인 소신보다도 차기 총선 공천과 자신이 속한 계파의 세력 확장을 위한 정치적 계산들만 난무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패거리 정치이고, 구악 정치”라고 지적했다.

작년 7월 비주류였던 김무성 대표가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권을 잡은 뒤에는 친박계의 견제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를 업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당·정·청 정책공조 채널이 올스톱되는 등 당·청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9월에는 김 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청와대와 친박계가 반발하면서 또 한 번 긴장관계가 고조됐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진박(眞朴)’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친박계 스스로도 사분오열하고 있다”며 “당내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힘있는 여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