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한국의 미래? 문제는 정치다
총선 불출마 선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자성'
구조개혁 시급한 시기 이념·구태(舊態)로 흘려 보내
가장 보람 없었던 19대
[ 조수영/박종필 기자 ]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기에 19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여당은 개혁 추진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 지역구에서의 인기, 다음에 옮겨갈 자리 등을 걱정하면서 겁을 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대 국회가 식물국회가 된 것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지만 여당의 치열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4선 중진의원으로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2월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위기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임기가 된 19대 국회에 대해 “가장 보람이 없었던 시기”라고 잘라 말했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산업구조도 노령화되면서 구조개혁이 시급한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출범한 국회였지만 이데올로기와 구태에 매몰돼 귀한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타협’이라는 명목하에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법률, 취지가 흐려지는 약 주고 병 주는 입법처리가 빈번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협상 과정에서 1조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키로 한 것을 들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건수 위주의 겉보기식 실적만 내려고 한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협상을 하더라도 치열한 토론을 통해 FTA의 취지를 해치는 것은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벼락치기로 진행된 예산안 심사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로 바꾸겠다는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결산위원회가 특위로서 1년마다 새롭게 조직되다 보니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하고, 정부 역시 “한때만 넘기자”는 태도로 긴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1년 내내 가동하는 상임위로 바뀌어야 예산 편성단계부터 국회가 감시하고 여론을 통해 다듬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는 공천룰과 관련해 친박근혜(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 간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친박계 안에서도 진박(진짜 친박), 가박(가짜 친박) 등으로 분화하며 고질적인 계파정치를 노출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천룰 갈등에 대해 “대통령 입김이 들어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지금 정부는 임기와 함께 끝나지만 당은 우파정당으로서 계속 존속하고 발전해야 하는 매?우수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후보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갈이 등을 목적으로 삼는 공천룰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치를 너무 쉽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옳게 하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를 앞둔 새누리당에 대해 이 의원은 “책임있는 정당, 국민의 불안을 없앨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