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간 불법 독려하며 공권력 우롱…경찰서에선 '입 다문' 한상균

입력 2015-12-10 18:15
수정 2015-12-11 16:25
조계사 퇴거 후 묵비권 행사…경찰, 소요죄 적용 검토

종교시설서 '은신 아닌 은신'
민노총 간부 자유롭게 출입…SNS 통해 수차례 '선동 글'도

한상균, 1시간 동안 '출두 이벤트'…경찰은 밖에서 지켜만 봐

민노총 16일 총파업 벌이기로


[ 마지혜 기자 ]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0일 조계사에서 나왔다. 지난달 16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숨은 지 25일 만이다. 그동안 한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노총 조합원과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외부에 자유롭게 전달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그동안 머물던 관음전에서 나왔다. 곧장 대웅전으로 가 절을 올린 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면담했다. 이후 30여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구호를 외쳤다. “구속된 뒤에도 ‘노동개악’이 저지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법정에서 광기 어린 공안탄압의 불법적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나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며 “노동개악을 막겠다고 투쟁하는 게 나의 실질적 죄명인데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냐”고도 했다. 경찰은 조계사 밖에서 한 시간여에 걸친 한 위원장의 ‘출두 이벤트’를 지켜봤다.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된 한 위원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인적사항 등 기초사실을 묻는 질문에만 답한 뒤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이 채증 사진을 제시해도 아예 보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있는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에 17차례 글을 올렸다. 강신명 경찰청장을 ‘정권의 충견’ ‘유신부활의 앞잡이’로 비방하는가 하면 “사찰이 나를 유폐시키고 있다”고 자신을 숨겨준 조계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집회를 앞두고는 “이대로 못 살겠다. 서울로 모이자”며 조합원을 선동했다. 4일에는 페이스북에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자신의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한 위원장이 은신해 있던 조계사 관음전에는 이영주 사무총장, 박민 대외협력국장 등 민주노총 간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을 통해 ‘2차 민중총궐기’ 준비 등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월 세월호 1주기 집회를 시작으로 9건의 집회를 주도하며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9개의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법상 소요죄 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혐의를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1일 한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