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33) 보험과 옵션

입력 2015-12-09 18:40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1년을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다. 설혹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회사에서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의 차별화된 효용이 존재한다. 예금이나 주식 등 기존의 투자(상품)로는 보험의 이런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투자에서도 보험과 같은 효용을 제공하는 상품이나 증권이 있다면 투자자는 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투자에 따른 위험을 헤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금융의 역사를 돌아보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효용을 제공할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를 충족하는 새 유형의 상품들이 만들어져 왔다. 그중 하나가 선물(futures)이다. 그런데 선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보험과는 유사한 방식으로 미래 위험을 헤지해주는 금융상품이 드디어 나왔는데 이를 옵션(options)이라 한다. 이 상품은 다소 파격적이다. 곧 내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이 상품을 구매하면, 미래에 내게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사람이 그 비용을 지불해준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금융상품이 또 있을까?

효율적인 경제에서 너무 좋은 상품이란 있을 수 없고, 꿩 먹고 알 먹을 수는 없다. 이 상품은 일단 비싸다. 혜택이 파격적인 상품이니 그만큼 비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둘째, 이 상품의 구매자에겐 파격적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이 상품의 판매자에겐 파격적 부담이 주어진다. 추후 구매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때 그 비용을 지불해줄 사람이 다름아닌 판매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매자의 이러한 파격적 부담의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옵션의 높은 판매가격이다.

이는 옵션과 유사한 보험이 통상 비싼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령 높은 수입을 올린 보험판매왕에 대한 보도를 우리는 때때로 접할 수 있는데, 이들이 그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이들의 성실함과 노력 때문일 것이고, 둘째로 보험료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이들의 급여는 모두 보험 구매자들이 지불하는 보험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보험이나 옵션의 판매자는 추후 구매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보험료나 옵션가격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무나 보험 혹은 옵션을 판매할 수는 없으며,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주체만이 보험회사나 옵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법적으로가 아니라 재정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원한다면 개인도 옵션을 판매할 수 있지만, 높은 판매가격에 현혹돼 판매하는 그 직후부터 그는 걱정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