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무상 재해' 엇갈린 판결
[ 양병훈 기자 ] 회식을 마치고 귀갓길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부서 회식 때 술을 강권하지 않는데도 혼자서 과음한 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숨진 김모씨(사망 당시 22세)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공군 하사관이었던 김씨는 2013년 1월 서울 세곡동의 한 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귀갓길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군인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는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이 사건 원심 재판부는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가 행선지를 잘못 알려줬거나 기사가 잘못 알아듣는 등의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고 무단횡단을 했을 것”이라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3심 재판부는 “이 사건 원심에는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직장 회식 중 과음으로 다쳤지만 본인의 책임이 크다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김모씨가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씨와 직장 동료들은 2012년 고깃집에서 팀 회식을 한 뒤 2차로 옆 건물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김씨는 노래방으로 옮기자마자 비상구 문을 화장실로 착각해 골반 등을 다쳤다. 김씨는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요양급여를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지만 공단이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이 사건 원심은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기 때문에 회식 중 과음으로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음주를 권유하거나 사실상 강요했는지 아니면 본인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마셨는지, 다른 근로자들은 얼마나 마셨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다른 직원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고 팀장도 술잔을 돌리지 않은 점으로 미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팀장은 원래 주량이 소주 반 병인데 당시 맥주 한 잔 정도만 마신 점도 근거가 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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