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여의도 증권가에 펀치 날린 '89학번 친구'

입력 2015-12-08 18:42
여의도 증권범죄 파수꾼 '투 톱'

김형준·김홍식, 대학 1년부터 절친
동아리·고시공부…26년 우정

검사-경제부처 공무원 길 걷다
'부당이득' 회계사 32명 적발 등
올해 합수·조사단장으로 '시너지'


[ 오형주 / 이유정 기자 ] 올해 연이은 증권범죄 수사로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조사단)의 사령탑들이 대학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26년지기 ‘절친’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8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김형준 합수단장(45·부장검사)과 김홍식 조사단장(45·부이사관)은 1989년 함께 서울대 경영대학에 입학한 대학 동기다. 이들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어울려 지내며 경영대 고전기타 동아리 ‘뮤즈’를 창립했을 정도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김형준 단장은 “김홍식 단장과는 틈날 때마다 만나 같이 테니스도 치고, 대학로에 가서 기타도 배우는 등 추억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두 단장은 고시공부도 함께 시작해 1993년 말 나란히 사법시험(35회)과 행정고시(37회)에 합격했다. 고시 합?후엔 각자 검사와 경제부처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김형준 단장은 UN 한국대표부 법무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울산지검 형사2부장 등을 거쳤다. 김홍식 단장은 금융위에서 공정시장과장, 글로벌금융과장 등을 거쳐 올해 초까지 창조기획재정담당관을 지냈다.

그러다 지난 2월 김형준 단장이 남부지검 합수단장에, 7월 김홍식 단장이 금융위 조사단장에 부임하면서 이들의 26년지기 우정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3년 ‘주가조작 등 증시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합수단(40여명)과 조사단(20여명)은 각각 검찰·금융위·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국세청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한 직원들로 구성된 혼성조직이다. 조사단이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해 조사 후 검찰(합수단)에 고발하거나 내용을 통보하는 역할을 한다면, 합수단은 이를 토대로 정식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기는 구조다. 특히 조사단 출범과 함께 긴급·중대 사건에 대해 고발 조치를 생략하고 즉시 검찰에 통보하는 신속처리절차(패스트트랙)가 도입된 만큼 빠른 수사를 위해선 두 기관 간 원활한 공조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32명을 적발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기업 회계 감사 중 얻은 미공개 실적정보로 주식에 투자해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위 조사단은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강제조사권을 발동해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한 컴퓨터 및 휴대폰의 기록을 복원해 조사하는 디지털湯뻥?기법도 처음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전반적인 수사 공조는 물론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포렌식 장비 등을 지원했다. 이렇게 수사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배경엔 두 단장 간 긴밀한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오형주/이유정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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