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애로 똘똘 뭉친 히말라야 원정대, 가슴 뜨거운 사투

입력 2015-12-08 18:22
새 영화 - 16일 개봉 '히말라야'


[ 유재혁 기자 ]
“산에 올라가면 뭐 대단한 걸 찾을 거 같죠? 7000m 올라가면 ‘어떻게 살 것인가’ 해답이 떠오르고, 8000m 올라가면 삶의 의미 같은 게 바닥에 떨어져 있을 것 같죠? 그런데 산에 가면 그런 거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건 나도 몰랐던 내 자신입니다. 힘들고 지칠수록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나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민낯을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역을 맡은 황정민의 이 대사는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를 관통하는 주제다. 우리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움이 뭔지 알게 된다. 다른 존재의 소중함이 눈에 들어오고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지게 된다. 인간의 숭고함을 목격하는 순간, 관객의 가슴은 뜨거워진다. 영화는 우리가 잊었던 인간의 선한 참모습을 마주하게 이끈다.

‘히말라야’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의 업적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유발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내면을 흔들어놓지는 못한다.

이 영화는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하산하다가 조난당해 숨진 후배 산악인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떠난 엄 대장과 원정대의 실화를 옮겼다. 엄홍길과 박무택은 2000년 칸첸중가를 시작으로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까지 히말라야 4좌를 등반한 최고의 동료이자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

엄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가슴 뜨거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자칫 원정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 오로지 동료애가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이다.

박무택의 시신을 찾아 운반하던 엄홍길과 원정대는 또 다른 반전을 맞는다. 시신을 찾기 위해 다른 대원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나 하는 질책이다. 영화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볍게 지나쳤던 인간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삶의 외적인 목표보다 인간 자체에 집중한다. 도입부에서 조난당한 대학생 박무택은 악천후 속에서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죽을 뻔한다. 그의 연인 수영은 무택에 대한 사랑만으로 결혼한다. 가정 대신 산을 택한 무택과의 결혼생활이 고초를 예고하는데도 말이다.

주인공 역 황정민은 “처음에는 단순히 산악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촬영을 거듭할수록 산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인간애야말로 위대하다는 가르침을 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CJ E&M이 140억원을 투입해 7개월간 히말라야와 알프스, 강원 영월 등에서 촬영을 마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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