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산유국 경제
[ 이정선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1년 이상 저유가로 몸살을 앓아온 산유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국가부도 위험이 급상승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OPEC 회의 후 이틀 만에 9.14bp(1bp=0.01%포인트) 올라 294.14bp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보험료에 해당하는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457.00bp로 9.51bp 올랐고, 멕시코의 CDS 프리미엄은 167.55bp로 7.55bp 상승했다.
산유국들의 통화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해 말 달러당 2.648헤알이었으나 7일 기준 3.747헤알로, 약 1년 만에 41.5% 추락했다.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도 같은 기간 36.9%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3266페소를 기록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이 기간 중 22.6% 떨어져 달러당 68.93루블로 주저앉았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재정적자에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 정부의 적자 규모는 1300억달러(약 153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9.5%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산유국인 브라질은 3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하는 등 1996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