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PEC 감산 실패 (2) 달러 강세 (3) 이상고온
바닥 없는 추락 어디까지
[ 이심기 기자 ]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감축 합의 실패와 달러화 강세, 이상고온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도 공급과잉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은 5.8% 급락하며 배럴당 37.65달러까지 밀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2009년 2월 이후 6년10개월 만에 최저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도 5.3% 떨어진 배럴당 40.73달러에 거래됐다. 이 역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 하락 여파로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이날 79.97을 기록,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지수 80선이 붕괴되며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의 최근 급락세는 OPEC 회원국들이 지난 4일 총회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OPEC이 현재 하루 산유량인 3150만배럴을 유지하기로 한데다 이란이 경제제재가 풀리면 대규모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란이 내년 3월까지 하루 평균 40만배럴, 이후 6월까지 추가로 20만배럴 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 실패로 OPEC이 향후 6개월 동안 유가 반등이나 원유시장의 수급균형을 찾기 위한 어떤 해법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며 유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기준이 되는 미 달러화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맞물려 강세를 지속하는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계절적인 수요도 부진하다. WSJ는 강한 엘니뇨 현상으로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의 중부와 동부연안 지역 최근 기온이 예년을 훨씬 웃돌아 원유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혹한에 대비해 비축한 원유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