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M&A 막전막후] SK, OCI머티리얼즈 전격 인수 숨은 공신은

입력 2015-12-08 09:26
SK C&C-SK 합병 자문사 CS와 작년말부터 협의해 中 후보 제쳐


이 기사는 12월04일(03:5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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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3일 SK그룹이 최종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한 OCI머티리얼즈 거래에 대하여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가 정식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11월 중순. 불과 일주일만에 가격 협상에서부터 세부적인 인수조건까지 마무리한 전격전이었다. 비공식적으로 인수협상을 벌여왔던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 두 곳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SK그룹이OCI머티리얼즈를 품에 안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 했다.

◆작년말부터 인수가능성 검토한 SK그룹
SK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섬)’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지난 7월 미국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9월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와 대만 최대 반도체汰?middot;검사 업체인 파워텍을 잇따라 인수하며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11월 초에는 SK하이닉스에 지분투자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인 OCI머티리얼즈를 중국에 넘겨준다면 소재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져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었다.

이 때문에 SK는 매각이 공식화되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OCI머티리얼즈를 분석해왔다. 일주일만에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매각주관사를 맡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SK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았다. CS는 작년 하반기부터 OCI머티리얼즈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과 SK가 인수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설명하며 오랜 기간 SK를 설득해 왔다.

문제는 업황에 따른 실적개선으로 단기간에 상승한 주가였다. OCI머티리얼즈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주가는 3만7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적이 급성장하고 매각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 7월 주가가 14만4000원까지 오르자 얘기가 달라졌다. 독일 가스제조사 린데와 프랑스 특수가스 생산업체 프락스에어 등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들이 잇따라 발을 뺐다. 예비입찰에 참여조차 않은 SK그룹을 다시 설득한게 CS였다. 반도체 소재·모듈과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바이오·제약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 5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SK그룹으로서도 반도체 소재사업에 뛰어들 기회였다. 특히 올해 가장 큰 규모의 합병이었던 SK C&C와SK홀딩스의 합병자문을 CS가 맡았기 때문에 원할한 소통이 가능했다.

때마침 주가도 최고점에서 하락하며 인수전에 참여할 명분을 실었다. SK의 최종 인수가격은 주당 9만3000원. OCI그룹 입장에선 매각카드를 만지작거렸을 당시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에 팔 수 있고, SK 입장에선 최고가보다 55%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절묘한 절충점이었다. 예비입찰 이후 매각작업이 4개월 넘게 지지부진한 탓에 가슴을 졸였던 OCI그룹도 매각주관사인 CS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CS로서도 ‘팔기 어려운 회사를 파는데 강하다’는 평판을 지켜낸 거래였다.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한 SK그룹부터가 ‘한 번 맡은 거래는 끝까지 성사시킨다’는 CS의 평판을 경험한 대기업이었다. 2008년CS가 자문을 맡아 5년 만에 매각을 성사시킨 회사가 현재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였기 때문이다.

◆CS, 다른 매각거래 결과는?
최근 매각이 결렬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은 CS의 체면을 구긴 사례로 평가된다. 두산공작기계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등 CS 인력에 비해 너무 많은 매각주관사를 따내면서 과부하에 걸린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상무(Director)급 이상 인력이 9명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CS 입장에선 시도해 볼 만한 전략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왠만한 경쟁 증권사의 2~3배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한 만큼 가능한 한 많은 거래에 참여해 네트워크를 다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1년새 시장의 분위기가 변한 탓이란 분석도 있다. 올초 CS가 매각주관사를 맡은 KT렌탈 당시만 하더라도 '매도자 우위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되면서 예상가격의 두배가 넘는 인수가격에 거래가 성사됐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상황이 ‘매수자 우위시장(buyer's market)’으로 돌아섰다는 것甄?

코웨이 씨앤앰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PCA생명 약진통상 등 하반기에 등장한 매물들이 시장상황을 대변하는 사례로 꼽힌다. 매물로 나오는 기업의 가치는 매우 높은 수준인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대부분 기업들과 3~5년내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아야 하는 사모주식펀드(PEF)들이 선뜻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하는 탓에 당분간 인수후보가 1~2곳 밖에 없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의 CJ 헬로비전 매각, 삼성그룹의 화학사업부 매각 거래처럼 인수후보들끼리 경쟁을 붙이지 않고 기업간의 합의 만으로 M&A를 진행하는 것도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 차례 매각작업에 실패한 동부익스프레스는 조만간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CS가 국내에서 가장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성사시켜 '어려운 거래에 강한 IB'라는 평판을 유지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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