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데이"…장타왕 왓슨 '대타 우승'

입력 2015-12-07 18:17
'우즈 주최' 히어로월드챌린지 25언더파…100만달러 '수확'

파울러·스피스 추격 따돌려
우즈 "은퇴 확정한 것 아니다"


[ 이관우 기자 ] ‘울보’ 버바 왓슨(37·미국·사진)이 또 눈물을 글썽였다. 2012년 입양한 아들 칼렙(3)을 품에 안고서다. 아내 앤지는 딸 다코다(1)와 함께 그를 꼭 안아줬다. 예상치 못한, 목표에 없던 우승이었다. 왓슨은 7일(한국시간)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바하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히어로월드챌린지 대회에서 최종합계 25언더파 233타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통산 9승째.

◆제이슨 데이 대타로 출전해 ‘잭팟’

왓슨은 나흘 내내 60타대를 쳤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15타를 줄여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2위 패트릭 리드(미국·22언더파 266타)와는 3타 차 압승이다. 우승상금 100만달러와 세계랭킹 포인트 46점을 덤으로 받았다. 세계랭킹 4위인 그의 입지는 한층 견고해졌다.

예상치 못했던 우승이었다. 대회 출전을 포기했던 그다.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당초 그는 이번 대회와 오는 10일 개막하는 타일랜드오픈에 출전하려 했다. 가족과 함께 謀玖?대회를 거쳐 타일랜드까지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입양한 딸 다코다의 출입국 처리가 바하마에서부터 꼬이자 대회 출전을 아예 접었다.

출전으로 계획이 바뀐 것은 제이슨 데이(호주) 덕분이었다. 데이가 지난달 태어난 딸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며 대회 불참을 선언하자 대회 주최측이 ‘스타’ 한 명을 더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세계랭킹 1위 오르면 은퇴” 공언

왼손 장타자 왓슨의 티샷은 320야드(약 292m)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흩날렸다. 그는 페이드와 드로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만 모처럼 맞이한 넓은 페어웨이 때문인지 힘이 들어갔다. 페이드는 악성 슬라이스나 엉뚱한 드로가 걸리기 일쑤였다.

곤경에서 그를 구한 건 문제해결 능력, 즉 리커버리샷이었다. 9번홀과 11번홀에서 두 번이나 공이 모래와 작은 자갈이 섞인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정교한 웨지샷으로 공을 그린 주변 둔덕에 맞힌 뒤 굴려 올리는 ‘범프 앤드 런(bump and run)’ 등을 구사하며 파와 버디를 잡아냈다.

리키 파울러(미국)와 조던 스피스(미국) 등 차세대 ‘영건’들이 마지막날 줄버디를 잡아내며 맹추격했지만 왓슨의 상승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왓슨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거나 미국 내 PGA 대회에서 10승을 하면 은퇴하겠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히어로월드챌린지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PGA가 세계 남자골프 강자 18명만 초청해 치르는 이벤트 대회다.

갤러리로 이날 대회를 참관하고 해설자로 나선 우즈는 “은퇴한다고 확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해 은퇴 시점을 못박은 왓슨과 대조를 이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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