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펀드매니저는 '1할 타자'

입력 2015-12-07 18:03
지수 상승보다 못한 수익…미국·중국·브라질서 '참패'

중국 상하이지수 10.8% 오를때 펀드 평균수익률 1.8% 불과
브라질, 지수 넘어선 펀드 '제로'

국내주식형 1~4위, 중소형주 투자
해외주식형은 '환율'이 수익 갈라


[ 김우섭 기자 ] 올해 국내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한 한국과 미국, 중국, 브라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해당 국가의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3종의 브라질 펀드 중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보다 나은 성과를 낸 펀드는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액티브펀드란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받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를 말한다.

◆시장에 완패한 펀드 속출

7일 펀드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3일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82%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178종(평균 수익률 1.82%) 중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을 뛰어넘는 펀드는 19종(10.67%)에 불과했다. 중국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많은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주식)’와 ‘肩×【쩟汰犬ぜ囹罐?1(주식)’도 각각 -4.56%(설정액 7149억원)와 1.98%(6843억원)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 대형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액티브펀드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고객들에게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 주가지수를 따르는 패시브펀드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평균 수익률(4.35%)도 코스피지수 상승률(4.89%)과 코스닥지수 상승률(27.14%)을 하회했다. 846종 펀드 가운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371종(43.89%)과 24종(2.83%)에 그쳤다. 브라질 펀드는 주가지수(-10.19%)보다 20% 이상 낮은 34.39%의 평균 손실을 기록해 최하위 성적을 냈다. 13종의 펀드 가운데 11종(84.61%)이 30%대 손실률을 기록했다.

◆대형주 매니저들도 낭패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매니저들이 주가지수 수익률을 못 따라간 이유는 대형주에 대한 시장 전망이 빗나가서다. 상당수 펀드매니저는 대형주들이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으로 분류되는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들은 연중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헬스케어 바이오 등이 포함된 중소형주는 크게 올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4위를 차지한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등도 대형주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운용사다.

박홍식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중국의 공급 과잉과 맞물려 대형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중소형주 중심으로 바뀐 최근 증시 흐름을 못 따라간 펀드는 시장을 이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환율 변화가 펀드 수익률을 갈랐다. 브라질과 달리 인도 펀드는 시장지수 상승률 대비 7.84%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브라질의 헤알화 환율은 헤알화가 공식 통화로 사용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4헤알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헤알화 가치는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연초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이에 비해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부임 이후 자국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이 펀드 투자수익률을 방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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