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 임원 감축 인사 이후…

입력 2015-12-07 17:42
수정 2015-12-08 05:09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결국 상무, 부장들이 책임을 진 격이네요. 따지고 보면 맡겨진 일을 한 것밖에 없는데요.”

지난 4일 삼성그룹 임원 인사가 난 직후 삼성의 한 과장급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은 이날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294명만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기존 임원은 500명 가까이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전자, 물산, 중공업과 금융계열사에서 올해 내내 인력 정리 작업을 했다. 부장급을 중심으로 일정 조건을 제시하고 퇴사를 권유하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삼성을 떠났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사장급은 올해 인사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은퇴 연령이 된 한두 명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을 뿐이다. 이 과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초임 임원이나 부장들에게 물은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이제 아이들이 중·고등학생 정도인 부장, 상무들이 갑작스런 통보를 받고 짐을 싸는 걸 보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인사를 한 이유는 있다. 일단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랐다. 책임을 지더라도 사태를 수습한 뒤 지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 부장, 초임 상무급 인력이 특히 많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 수년간 이어진 스마트폰 호황 때문에 외부에서 부장급 인재를 많이 채용했다. 불황이 다가오니 이들을 먼저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하강 사이클에 대비해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인사철마다 해임을 통보하는 일은 경영진에게도 고통스러운 숙명이다.

그럼에도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다른 직원은 “이유야 어찌됐든 사장급은 1년만 더 근무해도 큰 돈을 받는 것 아니냐”며 “과연 최고경영진이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아픔을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직원들이 다시금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뭘 해야 할지는 남아 있는 경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하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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