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살린다] "주주들 피해 막겠다" 책임경영 나선 이재용

입력 2015-12-07 17:28
유상증자에 왜 참여하나

사재투입으로 시장에 메시지
"투자. 지분 확보 목적 아니다"


[ 남윤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은 삼성그룹 리더로서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지만, 그룹 리더로서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47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로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대형 플랜트 사업의 프로젝트를 제때 끝내지 못하거나, 발주처의 자금 악화 등으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업이 부실화한 탓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추진 외에도 서울 상일동 본사 사옥 매각과 전 직원 대상 무급 순환 휴직 등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당초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 부회장이 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증자에 참여하는 다른 주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일반인과 똑같은 실권주 일반청약을 통해 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으?알려졌다.

삼성 측은 “투자 차익을 얻거나 지분을 확보할 목적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삼성 관계자는 “증자 참여는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했으며 재원은 100% 개인 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삼성이 화학, 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들을 잇따라 매각하자 시장에선 엔지니어링과 중공업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시장에선 “어차피 팔 계열사 증자에 누가 참여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증자 참여 외에는 주주들을 안심시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나섰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리더답게 ‘책임 경영 의지’를 분명히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사업재편과 임원 인사에 이어 그룹 리더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 것으로 해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최근 잇따른 계열사 구조조정, 인원 축소 등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