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시즌 돌아온 은행들

입력 2015-12-07 16:15
(박신영 금융부 기자) 연말 은행권 인사가 시작됐습니다. 우리은행이 지난 6일 먼저 부행장급 임원을 대거 교체하고 나섰지요.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은행 뿐 아니라 은행권 전체에서 더욱 성과중심의 인사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들은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까요. 대표적으로 'KPI(핵심성과지표)'라는 것이 있습니다. KPI는 은행원들의 업무 실적을 계량화한 평가 지표입니다. 예·적금 대출 펀드 영업실적 등이 포함됩니다. 개인이나 팀 그리고 영업점 단위로 전 은행원들의 ‘성적’이 매겨집니다. 때문에 KPI는 은행원들의 가장 큰 연말 스트레스지요.

전문가들은 이토록 은행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KPI는 성과를 내도록 압박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조금 더 어려운 이야기를 하자면 KPI는 원래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와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노튼 박사가 만든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라는 개념에서 나왔습니다. (마침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 A28면에 소개된 책 《경영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이 개념이 나와있습니다.)

저자들은 경영활동을 재무적 기준만으로 평가할 때 나타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BSC를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직원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고객들은 기업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등을 계량화해 함께 성과 평가에 반영시키는 탕熾? 기존 평가는 재무성과만을 바탕으로 경영활동을 평가하다보니 기업성과 평가에서 균형잡힌 시각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KPI는 BSC를 실행하기 위한 도구인 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은행들은 KPI의 취지를 제대로 못살리고 있는 듯합니다. 재무성과에 치중한 기존 평가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개념이 KPI이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다보니 영업실적이 성과평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입니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들, 특히 그중에서 은행들의 가장 큰 화두는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대출금리 차별,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위기에 봉착했지요. 불행히도 최근엔 은행들이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실적’에 치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BSC의 개념대로라면 KPI에서 고객 신뢰를 측정하는 성과지표는 여전히 유효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은행들이 이마저도 다시 잊게 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네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끝)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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