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 세우고 바이어와 수출 상담…'무역 일꾼 사관학교'로
[ 송종현 기자 ]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고졸 출신 상사맨이다. 드라마에서 장그래는 한 상사 대기업에 입사해 치열한 무역현장에서 하나하나 일을 배워가며 진정한 상사맨으로 거듭난다.
국내 8개 특성화 고교생 288명도 ‘제2의 장그래’를 꿈꾸며 지난 7월 이후 다섯 달간 무역실무를 익히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에서다.
재미있게 배우는 무역실무
무역협회는 2013년 무역의 날 50주년을 맞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무역 ‘일꾼’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특성화 고교생 무역캠프를 신설했고,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캠프 프로그램은 특성화 고교생들이 무역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재구성했다.
지난해까지 상업계 특성화고교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이 프로그램은 올해엔 이공계 특성화고교로 대상을 확대했다. 캠프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상업계 특성화고에선 동구마케팅고, 한국항만물류고, 서울여상, 광주여상 4곳이, 이공계 특성화고에선 서울로봇고,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서울디자인고, 경기기계공고 4곳이 각각 참가했다.
교수진은 현업에서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선배 무역인들로 구성했다. 더 생생한 무역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학교별로 3일간 실제 무역 전체 과정을 압축한 무역 마케팅 시뮬레이션과 외국인 바이어와의 수출 협상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조별로 나눠 무역회사를 직접 설립하고 회사 이름을 지어 수출할 제품도 직접 선택해보기도 했다. 캠프 중간에는 비즈니스 매너와 주요 수출 국가별 에티켓에 대한 강의도 실시했다.
캠프 마지막 날에는 자신들이 세운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수출계약을 체결한 결과를 발표하는 ‘무역경진대회’로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어색하고 긴장한 모습이었으나, 가상 무역회사의 임직원으로서 본인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자랑하는 등 높은 열정을 보여줬다.
“평소 책으로만 접했던 내용을 직접 체험해보니 실제로 무역인이 된 것 같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무역경진대회에서 무역협회장상을 받은 경기기계공고 손성민 학생(19)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캠프를 통해 무역업이 한층 가깝게 느껴졌고, 군대에 다녀오면 창업해 이번 캠프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신설된 이공계 특성화고 대상 무역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소 공부해보지 못한 분야인 무역과 마케팅 ?대해 처음엔 다소 어려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역의 매력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무역실무부문에서는 이 분야에 익숙한 상업계 특성화고 학생들보다 창의적인 접근방식으로 수출품목을 선정했고, 실제로 사업화해도 무방할 수준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학생도 있었다.
김상희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교사는 “캠프를 통해 학생들의 국제무역에 대한 흥미가 크게 높아졌다”며 “학생들이 무역업을 무의식적으로 인문계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해왔으나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공계 인재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
특성화 고교생의 진로 문제에 도움을 주고자 전문가와 기업인도 나섰다. 김은지 수제화갤러리 대표이사, 김태욱 초록뱀미디어 프로듀서(PD)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와 기업인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은지 대표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며 “시작이 빠를수록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인 산업 관련 전문지식 위에 무역지식까지 더한다면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무역캠프는 학생과 교사, 기업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특성화 고교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 꾸며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특성화고 교사는 “학생들로선 교과서를 넘어 실제 무역현장에서 필요한 업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사회 선배들의 격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소득”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한국 무역의 미래를 위해 청소년 무역인 양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학준 무역아카데미 사무총장은 “각 분야에서 무역업을 영위하는 강사진을 확보하고 더 탄탄한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무역과 마케팅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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