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수사 결과 발표
밧줄·복면 등 사전 준비…수사 대상자 1531명
2차 집회는 충돌없이 마무리…한상균 위원장, 조계사서 '버티기'
[ 김동현/윤희은/오형주 기자 ]
경찰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벌어진 폭력시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사전 기획에 따라 주도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달 민중총궐기 집회 주최에 필요한 자금을 산하 단체들에 할당해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노총이 차벽을 파손하는 데 사용한 밧줄과 철제사다리 등을 시위 이틀 전 구입했고 시위 당일 산하 8개 단체에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가 착용했던 1만2000여개의 복면도 민주노총 자금으로 구입했고, 민주노총이 시위 당일 이를 개별 지참하도록 했다는 진술과 문서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을 중심으로 1531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해 신원이 확인된 585명에 대해 사법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간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죄명이다. 경찰이 시위에 소요죄를 적용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극히 일부에서 발생한 충돌 상황에 대해 미리 폭동을 준비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탄압을 목적으로 자의적으로 끼워 맞추려는 수사”라고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 스님 등이 지난 5일 밤부터 한 위원장을 수차례 만나 거취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5일 집회의 평화적 개최를 명분으로 6일까지 조계사에 있겠다고 밝혔던 한 위원장의 체류가 시한을 넘기면서 조계사도 난처해하고 있다.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은 “한 위원장이 나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지난번과 같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위원장이 거취와 관련해 고심 중이며 오늘(6일)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광장 등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1차 시위와 달리 시위대의 쇠파이프·밧줄과 경찰의 차벽·물대포는 등장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는 5일 오후 3시께 서울광장에서 1만40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차 집회에서 다친 농민 백남기 씨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개악 저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경찰은 폭력시위에 대비해 225개 중대 2만여명과 차벽·살수차 등도 집회장에서 떨어진 곳에 배치했다.
종교인들과 전·현직 의경 부모들로 구성된 ‘전의경 부모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시위대가 법을 지키며 평화집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의경 부모모임 회원 김모씨(50)는 “1차 시위에서 아들이 쇠파이프에 손을 찔려 크게 다쳤다”며 “오늘 집회에 아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의경들 역시 비슷한 일을 당할까 걱정이 돼 행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동현/윤희은/오형주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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